남편평가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8-23 19:29:1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김 충 환 국회의원 어떤 인터넷 육아상품 판매회사에서 주부들에서 설문조사를 했다. 절반이 넘는 주부들이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날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남성은 존중받고, 여성은 비하되었었다. 칠거지악(七去之惡), 암탉이 울면… 등 여러 가지 사회적 금기를 만들어 여성을 억압했다.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 하여 결혼 후에는 친청과의 단절을 강요했다. 벙어리 3년, 봉사 3년, 귀머거리 3년 등 통과의례를 넘어야 비로소 시집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여성 억압 문화는 사회적 관습과 전쟁, 가난과 무지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교육을 통한 자아 인식과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여성들도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내와 침묵을 강요당해온 여성들이 자기의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들도 직장을 가지게 되고, 경제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능력 있는 여성들은 남성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직장에 나가지 않는 주부들도 남편의 월급을 관리하고 저축하며 투자활동으로 돈을 늘리고 있다. 남편들은 용돈이 궁하지만, 아내들은 상당히 큰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다.

여성들이 최신 정보와 전문적 지식에 접할 기회도 크게 늘어났다. 남성과 같은 교육을 받으며 집에서 신문, 잡지를 읽고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통하여 국내외의 광범위한 정보를 무제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양한 문화강좌와 세미나를 통하여 새로운 정보와 전문지식도 가지게 되었다. 지난날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으로부터 신기한 사회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던 아내들이 이제는 그것을 따분하게 여기게 되었다.

직장에서 똑같은 일에 오랜 세월 몰두하다보니 제한된 정보와 지식의 범위를 넘지 못하게 된 남편에게 이제는 호기심을 가지지 않게 된 것이다.

새로운 정보와 폭넓은 지식을 가지게 된 아내들에게 남편은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휴대폰과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는 친구와 계획과 사생활이 있다. 유명한 관광지를 다닐 수 있고, 특색 있는 좋은 장소들을 많이 알고 있다.

남편들이 외식을 시켜주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고, 남편들이 보지 못한 더 좋은 세계와 장소를 알고 있다.

여성들은 이제 나의 남편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자라는 환상에서 깨어났다. 무능하고 유머가 없는 남편을 더 이상 이상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남자들에 비해 너무나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나는 문득 잠든 나의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아내의 마음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젊은 시절의 싱싱하고 희망에 차 있던 모습일까? 토론회에서 열렬하게 토론하던 지식 많은 선배의 모습일까? 아니면 속 좁고 쩨쩨한 중년 남자의 모습일까? 다시 태어나면 나와 결혼하고 싶을까? 저승에서 함께 살고 싶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동안 기고만장하며 살아온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 세월 나는 아내에게 어떻게 처신했나? 소리지르고 공박하며 인격을 무시하지는 않았나? 이제 젊은 시절은 다 가고, 황혼을 앞둔 시간이다.

지난 세월 아내에게 잘못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별로 잘해준 것 없이 고생만 시키면서 큰소리만 쳤던 내 모습이 잠든 아내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다.

그렇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남은 인생이라도 잘해주어야지. 다시 태어나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란 소릴 듣지 않도록.

이런 생각에 문득 잠든 아내가 걷어찬 이불을 슬며시 덮어준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