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설’이 동네북?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8-25 20: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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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여권 핵심 인사들을 겨냥한 무차별 친일의혹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권이 ‘배후설’을 제기했다.
뚱딴지 같은 짓이다.

인터넷에서 부모의 일제시대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근거 없는 비방의 글이 뜨면, 곧이어 이를 추적한 언론사에 의해 그 사실이 보도되고 정치 문제로 비화되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점이 여권의 ‘배후설’주장 근거다.

실제로 부친의 친일행적과 관련해 사퇴한 신기남 전 당의장에 이어 25일에는 이미경 상임중앙위원이 부친의 일본군 헌병 복무 소문을 공식 시인하는 등 여권의 체면이 영 말이 아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정동영 통일부 장관 부친의 친일경력 의혹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또 당내에서는 이 의원에 이어 부친이 일제시대 면장을 지냈다는 A, 부친이 일본유학을 다녀오고 부면장을 지냈다는 B, 부친이 훈도(교사)를 지냈다는 C, 가문이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며 일제에 협력했다는 D씨 등에 대한 추가 폭로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니 급할만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배후설’, 혹은 ‘음모론’은 자칫 여권의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메랑 원리를 생각하면 그 답이 나온다.

사실 과거사 정리 과정에서 더 많은 부담을 지는 쪽은 한나라당이다.

친일 행적에 대해 본격적으로 정리작업이 진행될 경우 군부독재정권을 근간으로 하는 한나라당 등 기득권 세력들의 선친 친일의혹과 독재정권협력 의혹 등이 줄줄이 불거져 나올 것은 뻔한 이치다.

지금 열린 우리당 지도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견줄 바도 못될 만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 때 한나라당이 ‘배후설’을 거론하고 나선다면 여권은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는가.

지금의 상황이 여권의 답변을 궁색하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한나라당은 벌써부터 “과거사 캐기는 중국의 문화혁명과 같은 것으로 한나라당과 박근혜 대표를 고립시키기 위한 정략적 발상에서 나왔다”며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마당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여권이 시민단체를 연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며,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따라서 여권은 잇따른 친일의혹 폭로에 대해 핑계 보다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는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과거사정립 기구설립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 편이 바람직하다.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음모론’ 유포는 여야 모두에게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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