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회고록과 ‘리플리 증후군’

고하승 / / 기사승인 : 2015-01-30 15: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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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요즘 ‘리플리 증후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리플리 증후군이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말과 거짓된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말한다.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이름은 패트리샤 스미스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씨'의 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한다. 주인공 '리플리'는 거짓말을 현실로 믿은 채 환상 속에서 사는 인물이다.

우리나라에 ‘리플리’란 용어가 널리 알려진 건 2007년 신정아의 학력위조 사건 때다. 당시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신정아의 학력위조 사건을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 빗대 ‘재능 있는 신 씨’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후 리플리 증후군인란 용어는 자취를 감춘 듯 보였다. 신문지상은 물론 인터넷 상에서도 그런 용어를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 리플리 증후군이란 용어가 다시 인터넷 상에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너무나 황당한 주장, 즉 국민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것이 계기가 됐다.

실제 30일 오전 인터넷 상에는 “이 대통령과 전임 정부 인사들이 '리필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대체 MB(이명박) 회고록에 어떤 글들이 담겨 있기에 리플리 증후군을 의심받는 것일까?

한마디로 가관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MB는 2009년 자신이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을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하게 반대한 배경에 대해 당시의 ‘정운찬 대세론’과 무관치 않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실제 그는 “언론이 일제히 ‘정운찬 (총리 후보자),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라고 보도한 뒤 여당 일각에서도 가만있지 않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이른바 ‘한나라당 비주류(친박)’의 반응은 싸늘했다. 전혀 근거 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안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 돌이켜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인가.

물론 MB가 콕 집어 ‘정치공학’이라는 단어를 직접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세종시 원안을 고수한 이유가 ‘정운찬 대세론’ 때문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는 것으로 박 대통령은 졸지에 ‘정치공학을 고려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선 팩트부터가 오류다. 정운찬 대세론이란 건 현실시계에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었다. 단지 MB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일 뿐이었다. 즉 정운찬 대세론은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나 홀로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정운찬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을 것이란 추측은 과대망상처럼 보인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당시 수정안을 반대한 이유는 따로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지원유세를 요청하면서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그 약속을 믿고 충청도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유세를 펼쳤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이 그 약속을 어기려하자 박 대통령이 “약속은 지켜는 게 원칙”이라며 강력 반대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당시 각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실이고, 국민들도 모두 알고 있는 진실이다.

이렇게 명백한 진실을 이 전 대통령 혼자만 달리 해석하고 있으니, 리플리 증후군이란 의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나저나 MB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을 보면 당시 그의 머릿속에는 실제로 ‘정운찬 대세론’이라는 게 존재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현실과 동 떨어진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고 믿다보니 MB는 자신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은 이 전 대통령이 잘 한 일은 하나도 기억 못하는데 정작 자신은 잘못한 일 하나도 기억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겠는가.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의 집필 경위에 대해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 박근혜 정부에 참고 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박근혜 정부를 위한다면 “그냥 입 다물고 가만 계시라”는 국민의 뜻을 전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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