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형법보완을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9-01 20: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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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사상·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민주사회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아왔던 국가보안법의 폐해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이 널리 알려진 그대로다. 대한민국의 대표적 악법으로의 명성 말이다.

국가보안법이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정과정이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법률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은 옳다.

17대 국회가 출범하기만 하면 당장 그 존재가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던 국보법이 국회개원 초기부터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열린우리당내 국보법 개정론 지지 의원들의 모임인 `국보법의 안정적 개정을 추진하는 모임(안개모)’은 우선 반인륜적인 조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10조 불고지죄의 대상을 일부 삭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또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고무조항(7조1항)도 변경, 찬양과 고무에 대한 처벌은 삭제하고 적극적인 선전 및 선동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하기로 결정했다.

안개모의 국보법 개정시안에 따르면 반국가단체에 대한 지원이나 반국가단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에 대한 불고지죄는 삭제되지만, 반국가단체의 구성 및 가입과 적극적인 간첩행위에 대한 불고지죄는 유지된다.

그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대로 몇 개의 조문을 개정하는 식으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결국 ‘반인륜적 법’이라는 본질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처방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처방이 과연 어떻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현재 국보법에서 최대의 악법적 요소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불고지죄가 ‘반인륜적’이라는 점과 ‘자의적’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데 찬양과 고무에 대한 처벌은 삭제하면서 적극적인 선전 및 선동에 대한 조항은 그대로 두겠다니 말이 되는가.

이는 ‘적극적’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즉 자의적인 판단여하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악법의 요소를 그대로 남겨두었다고 할 수 있다.

고작 그 정도의 눈가림으로 치유될 수 있었다면 애초부터 문제시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법률의 자의적 적용으로 인한 인권 침해 소지 등으로 인해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켜왔던 것이 국보법의 원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원죄를 그대로 안고 가자고?

물론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보수층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의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나 지금의 좌고우면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보법 폐지를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전면 폐지’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대체 법률을 고민하거나, 개정의 폭을 두고 머뭇거려봤자 원죄의 처벌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

차라리 형법 보완을 검토하는 쪽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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