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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승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색다른’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연일 화제다.

그는 이날 연설을 통해 현 정부의 주요 정책 실패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집권당 지도부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여야 대표의 연설문이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강도가 센 비판이었다.

그는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임이 입증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를 공격했다.

“(정부의 공약 재원 조달 계획인)134조5000억원의 공약가계부를 더 이상 지킬 수 없게 된 데 대해 반성한다“고 했고 "(현 정부의 역점분야인)창조경제를 성장 해법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반면 야당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내용 일색이어서 많은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10년 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양극화 문제를 지적한 통찰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고 새정치연합을 향해서는 “'경제정당, 안보정당'을 말하는 것에 국가 미래를 위한 고민과 진정성이 담겨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고 했다.

이런 그에게 정치권은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명연설”이라며 유 원내대표에 대한 칭찬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이 아직도 제 머리에서 떠나질 않고 있다.

몇 가지는 동의 못하지만 참으로 잘한 연설이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지발언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친정인 새누리당에서까지 호황을 누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서 “(개인 기자회견이 아닌)당 원내대표로서 연설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당내 조율과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언급한 책임은 본인이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다양한 의견 표출은 당 발전에 좋은 일이지만 전제는 당내 합의 단계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며 “꼭 당의 방침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지지층의 원성은 그보다 훨씬 적나라하다.

그 자신이 쏟아낸 독설 못지않게 ‘살벌한’ 부메랑의 표적이 되는 모습이다.

"상상력 없는 전형적 진보좌파 연설“이라며 유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노정객은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겠다고 하는데, 이 말은 세금으로 부를 재분배하겠다는 뜻이다. 사회주의 하겠다는 것 아니겠나, 유승민 의원은 새정치연합으로 가야 할 사람이 위장전입한 것”이라고까지 혹평했다.

정치적 소신이나 의리의 가치를 생각할 때 유 원내대표 연설을 향해 쏟아지는 찬사가 나 역시 편하지 않다. 무엇보다 진정성 측면에서 선뜻 동의되지 않아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정치적 노림수가 아닌 소신정치의 발로였다면 그의 대표 연설 문구는 좀 더 다듬어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번 연설을 통해 자신이 우파보다는 좌파 쪽에 더 가까운 가치의 소유자임을 커밍아웃했다. 정치적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정당정치의 근간이라면 유 원내대표는 보수보다는 진보의 정치적 가치를 추구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보수당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 보수의 안방 격인 대구를 기반으로 3선 국회의원 타이틀을 달 때까지 누구도 그에게 보수정당을 강요한 흔적이 없다.

심지어 지금 그가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도 비서실장 등 보통 이상의 인연을 이어오며 수혜를 누리면 누렸지 피해를 보지 않았다.

물론 박근혜정부, 잘못이 없지 않기에 지적과 질책, 당연히 할 수 있다.

다만 보수당 깃발을 단 여당 원내대표로서, 친박 마케팅에서 자유롭지 않은 전적을 가지고 있는 3선 국회의원 기준에서는 불합리하고 이기적인 처신이라는 생각이다.

그의 대표연설을 향한 호들갑들이 달갑지 않은 이유일 수도 있겠다.

처음 나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진보적 보수정권 창조를 역설하는 걸 보면서 유 원내대표가 직책을 조금 과대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그는 당의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히는 자리를 개인의 정치적 소신과 포부로 채워 버렸다.

야당과 언론의 과찬에 고무돼 있는데 찬물을 끼얹는 것 같아 죄송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당론은 물론 정부와도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을 어떤 식으로 실현시킬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비판은 쉽다.

그러나 어떤 의지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청사진이 빠진 제안은 유 원내대표가 비판한 ‘천민자본주의’보다 몇배나 더 천박한 정치 초래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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