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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자원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받다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다잉 메시지’를 담은 메모, 이른 바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그의 메모에는 대통령 측근 인사 7명을 포함한 8명의 정치인이 거론돼 있다. 

누군가에게는 3억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7억을 그런 식으로 2억, 1억, 10만불... 자금을 줬다는 일방적 주장을 담고 말이다.  

정치권을 상대로 구명운동을 펼치다 좌절한 생전의 고인이 “내가 죽으면 혼자 죽을 것 같으냐”고 독기를 보였다는데 말하자면 이 리스트는 고인이 복수의 완성을 위해 세상에 남긴 살생부인 셈이다.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무일푼에서 경남기업이라는 굴지의 대기업 회장 타이틀을 달기까지 인생역정을 아는 이들은 그의 자살이 의외라는 반응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정관계 인맥을 아우르며 사업을 키워온 고인의 ‘생존능력’을 보면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는 자살 직전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 깨끗한 정부 될 수 있도록 꼭 도와달라”고 당부하는가 하면 ‘저 하나가 희생이 됨으로 해서 다른 사람이 더 희생 안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 같은 당부는 직접적인 권력 없이도 정권을 넘나들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과거 행적과는 상당 부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압축된, 그것도 특정 계파에만 치중된 ‘다잉 메시지’가 특별한 저의를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고인이 관련된, 참여정부 당시 2번의 사면 특혜 의혹과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고 회자되는 경남기업 인수 과정을 들 수 있다. 

그 과정을 보면 고인은 사회정의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흔적이 역력하다.    

실제 그는 2004년 1심에서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실형을 받았다가 2005년 5월 석가탄신일 특별사면 된 사실이 있다. 또 2007년 12월 31일 행담도게이트 관련 특사 과정은 더 심하다. 11월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고를 포기한 고인은 연말 특사 명단에 비공개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특사로 풀려난 '바로 그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자문위원으로 위촉되는 놀라운 내공을 보여줬다. 

초법적 발상의 도움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고인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고인이 지나치게 미화되는 분위기는 우려된다.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듯 온갖 상상과 추리가 난무하고 있다.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던지고 간 死者의 복수심에 온 사회를 유린당하는 기분이어서 불쾌하다.  

그의 과거를 보면 ‘희생’이나 ‘깨끗한 정부’와는 거리가 멀게 살아온 정황이 역력한데도 죽음이 모든 문제의 면죄부라도 되는 양 몰아가는 분위기다.     

죽음을 앞두고 남긴 메시지여서 진실을 담보한다는 단정 역시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증거보다는 일방적 주장만 있을 뿐이다.

검찰 수사도 시작된 마당에 이제는 좀 더 차분하게 진실이 드러나기를 기다려 볼 일이다.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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