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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뚤어진 고해성사
   
 
온 나라를 들끓게 하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마지막 ‘증언’이 실체를 드러냈다. 8명의 살생부를 남기고 간 당사자의 최후 증언이 담긴 인터뷰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았던 성 전 회장의 육성파일 전체가 전격 공개된 것이다.    

특종을 잡은 해당 언론사가 찔끔 찔끔 감질나게 정보를 내놓을 때만 해도 50분짜리 녹취록에 뭔가 ‘한 방’이 담겼을 거라 기대했다. 

기대치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탓일까? 

막상 뚜껑이 열린 ‘판도라의 상자’에는 허접한 헛소리만 가득했다.

편견과 왜곡에 찌든 과대망상과 교활한 복수심이 난무할 뿐, 죽음을 앞둔 이의 객관적인 진실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대한민국 전체의 정국을 들끓게 했던 실체가 고작 이거였어?’

과대광고에 속은 기분이었다.   

여기에는 경마 식 보도로 궁금증을 증폭시킨 해당 언론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생각이다.  

거기다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팩트 대신 교묘한 짜깁기로 혼란을 가중시킨 여타 언론의 책임 역시 짚어야 할 적폐요소였다.  

정치는 신뢰를 중시하는 것이라고 항변하는 그를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가치 기준이 사적 이익영역에 머물러 있는 이상한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 같다.  

정의도 신뢰도 청렴도 ‘성완종식’ 가치기준에 맞지 않으면 불의가 되고 배신이 되고 부패가 된다고 믿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8명도 그가 요구하는 가치기준을 맞추지 못해 ‘의리없는 인간’으로 찍힌 건 아닐까 싶다. 반면 살생부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친박인사 4명을 극도로 칭송하는 배경을 보면 실소를 자아내게 된다. 그들이 천하의 의리맨으로 등극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성 전 회장의 청탁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를 원망하는 이유는 참으로 황당하다. 이 총리가 자신이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걸 시기해서 청와대와 짝짜꿍이 되어 표적수사하고 있다는 주장에 이르면 거의 허경영수준이다. 자신은 현직 대통령 만들었고 미래 대통령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들려 한다는 오해 때문에 죽이려 한다고도 한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죄를 짓고 두 번씩이나 사면의 수혜를 누린 사람이 평생 땅 한 평 소유하지 않고 주식밖에 없으니 청렴하고 검소하자는 자화자찬에 침이 마른다.     

탈불법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고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인사들에 대한 원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심지어 살생부에 이름을 올린 모 인사에게는 “청와대와 조율만 하면 되는데 왜 선거법위반 관련 수사를 도와주지 않느냐”고 화를 냈다고 한다.    

녹취록 곳곳에서 간단치 않은 성 전 회장의 과대망상 증세를 감지하는 건 나만 일까?  

상당부분 비논리적이어서 설득력 없는 정황들을 사실로 믿고 있는 건지 사실인 것처럼 보이고자 했는지는 모르지만 죽음의 순간까지도 자신이 살생부를 완성시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차라리 안쓰럽다.  

무엇이 그를 그토록 뒤틀린 괴물로 만들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단돈 1000원으로 인생을 시작, 경남기업 오너로 성장하기까지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의 궤적에 그 답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다.  

경영보다는 뇌물운용에 방점을 둔 생존 방식의 연속이었다.   

실제 그가 정권을 넘나들며 작동시켜 온 친권력 운용 스킬은 장난이 아니다. 같은 정권에서 두 번의 사면 혜택의 수혜도 거기다 사면 당일 차기 정권 인수위에 위촉되는 희귀 사례자로 등극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중견기업 오너도 되고 잠시이긴 하지만 국회의원 뱃지도 달았지만  결국 빈손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비뚤어진 고해성사만 남긴 채 뇌물유착,인맥동원 등 불법과 부패를 일삼던 외줄타기가 그 고단한 삶을 내려놓았다.

이제 더 이상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을 모독하는 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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