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도 등급이 있나?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9-15 20: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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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4일 현금 100만원을 수수한 김주수 농림부차관의 사표를 수리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물론 비위사실이 적발된 공무원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당연한 수순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김 차관은 “돈인 줄 모르고 받았으며 추후 돈인 것을 확인하고는 돌려주려했다”고 소명하고 있는 마당이다. 더구나 차관에게 있어서 100만원이라면 사실상 그리 큰 금액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은 곧바로 경질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공직사회 부패척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 강남구는 어떠한가.

강남구의 한 공무원이 2004년도 감사원 수시감사 결과 구정신문 까치소식 발간업무와 관련해 인쇄업체(납품)로부터 관계 뇌물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뇌물 액수는 김 차관이 받은 돈보다 훨씬 많은 뇌물로 알려졌었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아직까지도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강남구는 그를 감싸주기 위해 감사원의 업무부당처리 지적에 대해 재심의까지 청구했다고 한다.

물론 강남구가 진정으로 소속 공무원들을 아끼는 마음에서 그랬다면, 얼마든지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강남구는 한마디로 하위직 공무원 알기를 우습게 아는 지자체다.

지난 96년부터 직원 승진 평가에 근무 평점 외에 해당 국장이 부여하는 격려점수를 대폭 반영하는 인사격려제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이 제도에 대해 강남구청 소속 공무원 가운데 무려 500여명이 ‘인사권 남용’이라며 집단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데도 강남구는 “구청장이 원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엉터리 같은 제도를 고집하고 있지 않는가.

이처럼 공무원 500여명의 의견보다 구청장 한 사람의 의견을 더 중하게 여기는 지자체가 바로 강남구다. 따라서 강남구가 “하위직 공무원을 위한다”는 말을 한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만일 격려제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공무원노조 관계자가 같은 일을 했다면 강남구는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지난 번 강남구 패소로 끝난 모사무관과의 ‘소청심사’건만 보더라도 결과는 뻔하다.

그래서는 안된다. 모든 상벌(賞罰)은 공정해야 한다. 구청장에 잘 보인 사람은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보호가 되고, 구청장에게 밉보인 사람은 사소한 잘못이라도 징계를 받는다면, 그것을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강남구의 이 같은 이중적 태도가 강남구청에 근무하는 선의의 많은 공무원들을 울리고 있다.

어제 발표한 부패방지위원회의 공무원징계 기준안대로라면 뇌물비리 연루자는 아무리 구청장 측근이라고 할지라도 마땅히 중징계 처리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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