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만 없으면 돼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9-19 21: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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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러시아에는 톨스토이, 도스토예브스키, 투르게네프, 푸쉬킨 등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명성 속에서 사랑받고 있는 대문호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의 그 같은 명성이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연히 접하게 된 한 대학교수의 논문을 통해 알게 됐다.

러시아의 대문호들이 글쓰기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하는 준비운동이 있었다고 한다.

글쓰기에 앞서 창가에 앉아 창문을 활짝 열고 찬공기를 들이마시는 한편 책상 밑 물통에 담긴 더운 물 속에 발을 담그는 행위가 그것이다.

이것은 현실세계와 소설가적 영감이나 무의식 그리고 창조성 등의 조화를 위해 평형감각을 유지하고자 했던 대문호들 나름의 글쓰기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창문을 열어 찬 공기를 호흡하는 것은 현실세계를 바라보는 소설가의 현실감각이고 뜨거운 물통에 발을 담그는 것은 소설가의 영감, 무의식, 창조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문호들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성찰을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독자의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듯 싶다.

우리의 정치 현장에도 이 같은 대문호들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집약하는 데 있어 ‘공감대 형성’ 보다 더 큰 무기는 어디 있는가.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3.12 탄핵 당시만 돌아봐도 그 답은 금방 나온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탄핵 반대 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국민 저항이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야당은 자신들만의 논리에 빠져 우격다짐 식으로 탄핵을 감행하느라 국민적 공감을 얻기 위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야당은 선거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탄핵 당시처럼 무책임한 선동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보게 된다.

그 내용도 거의 ‘19세 관람불가’ 수준으로 선동에 나선 그들을 신종 공해 종목으로 등록이라도 시켜야 할 판이다.

지난 주말 거리를 점령했던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몇 몇 극우단체 집회를 말하는 것이다.

마치 무정부 국가 상태에 놓여진 듯 폭력과 자해소동이 난무하는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정이 어떨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집회 주최측에 묻고 싶다.

극우단체의 취약점을 순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데 있다.

심지어 극우단체 집회 단골메뉴로 유명한 한 독일인 의사로 하여금 ‘청와대에 김정일 친구가 산다 지금 청와대로 가서 민족의 반역자를 쫓아내자”며 우리의 국정을 농단하게 만들고도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모른다.

심각한 불감증세를 보이고 있는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딱 한마디다.

“당신들만 없으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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