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지 자 걸음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09-22 19: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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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개폐, 신행정수도 건설 등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명확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당초 추석 이전에 주요 정국현안의 당론을 확정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이 약속은 이미 물건너 간 상태다. 당론 확정시기를 모두 추석 이후로 연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22일 의원총회에서 `천도(遷都)’ 방식의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하고 신행정수도 건설예정지인 충남 공주·연기를 `행정특별시’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분권 강화 방안을 확정한 뒤 박근혜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갑작스럽게 추석 이후로 당론 확정을 연기하고 말았다.

뿐만 아니다.

또 국보법의 핵심조항 중 하나인 제2조의 `정부참칭’ 부분 삭제 여부를 둘러싸고 당 내부로부터 파열음이 커지고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박 대표가 자신의 `정부참칭 부분 삭제 및 국보법 명칭 변경 가능’ 발언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전혀 달라진 게 없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김용갑 이방호 의원 등 영남권 보수성향 의원들은 22일 의총에서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며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마당이다. 도대체 어찌하겠다는 것인지 답이 없다.

이런 모양새는 열린우리당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열린우리당은 당초 23일 정책의총을 열어 국가보안법 폐지 이후 형법보완과 대체입법이라는 두 가지 보완대책 가운데 택일하기로 했었으나, 당내 이견을 이유로 이를 추석 이후로 슬그머니 미루고 말았다.

친일진상규명 특별법 역시 우리당은 법안 발효 전에 친일행위 조사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이런 저런 이유를 핑계로 내달 23일 국정감사 이후에 개정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결정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친일진상규명법은 23일 발효하더라도 실제 집행력을 갖지 못하는 `식물법안’으로 남게 됐으니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전국적인 민심의 큰 흐름을 형성하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해 스스로 제동을 걸고 나선 정치권의 행태가 한심하다.

정치권을 우왕좌왕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당리당략’이다.

상황은 읍참마속이라도 감행해야 할 판인데 썩은 생선 보따리만 껴안고 있는 꼴이다. 최소한의 소신조차 보이지 않는다. 소신이 없는데 정책에 대한 자신감은 더더구나 있을 턱이 없다.

당론을 확정짓는 일조차 이토록 어지러운데 다른 일은 오죽할까 싶다.

“누가 정치권의 갈지자 걸음 좀 막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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