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유감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0-04 21: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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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변호사와 더불어 법조 3륜(三輪)으로 일컬어지는 판사와 검사의 공통된 사명은 무엇일까.

바로 사회정의 실현과 인권옹호다.

판사나 검사로 하여금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기구로서 심판하고 국법질서 확립과 국민인권보호라는 양대책무를 지고 공익의 대표로서의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엄격한 청렴성과 도덕성을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오히려 이들 법조 3륜에 의해 사회정의가 침해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참여연대가 따르면 2000년부터 올 8월까지 퇴직한 판사와 검사의 퇴직 후 변호사 개업실태를 조사한 결과 판사출신 개업 변호사의 89.8%, 검사출신 개업 변호사의 75%가 자신의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뻔하다. 적어도 십중팔구는 소위 ‘전관예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전관예우는 과다 수임료를 보장하는 일종의 특별 변호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다.

한솥밥을 먹던 식구를 예우하는 법조계의 관행으로, 길을 달리한 전 동료에 대한 일종의 기부행위(?)로 본다면 지나친 억측이 될까.

한 때 전관예우가 한국적 온정주의 차원으로 법조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를 당연한 관행으로 받아들여졌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전관예우의 악습으로 인한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한 실정이다.

좋게 말해 전관예우지 실상으로는 합법을 가장한 불법일 뿐이다. 어떤 변호사에게 의뢰하느냐에 따라 사법부의 형량이 달라진다면 과연 그것을 어떻게 정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오죽하면 항간에 `돈 앞엔 법도 명예도 없다’는 말과 함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자조어가 나돌고 있을까.
지난 8월에는 검찰에 의해 기소된 12명의 변호사 중 브로커 등과 결탁한 판·검사 출신이 5명이나 돼 연수원 출신 5명에 뒤지지 않았고 군법무관 출신 2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6명의 변호사 중에서 판·검사 출신이 4명으로 압도적이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사법부의 정의가 전관예우를 받는 일부 변호사들의 과다 수임료에 의해 상당부분 훼손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는 법조계 전체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전관예우의 폐해를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겠다.

관계당국과 국회는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하루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
퇴직 판·검사들이 일정기간동안 재조시절의 관할구역에서 변호사업 개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

부끄러움을 벗어나는 가장 빠른 지혜는 한시라도 빨리 자각해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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