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따라가는 조례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0-06 2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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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지난 4일 시청광장에서 연인원 10만(일부에선 수십만 주장)여명의 기독교단체와 보수우익 단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국가보안법 사수대회’가 열렸었다.

그 와중에 대회 당시 그 많은 인파의 발길에 방치된 광장의 잔디가 온전하겠는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면서 서울시가 어떤 입장을 들고 나올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고 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편향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구설을 자초하고 있다.

시가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소위 ‘꼬마 집시법’이라는 시청광장 조례제정을 강행했던 때가 바로 얼마 전이다.

그런데 이제 시가 솔선해서 자신이 제정한 조례를 무시하는, 이해 못할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보면 서울시가 그동안 잔디광장 사용허가에 있어 일관성 없는 행동으로 빈축을 살만하다는 판단이 든다.

그중 잔디훼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서울시는 그동안 잔디훼손을 이유로 여러 번 광장 사용을 불허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그동안 광장 사용 조례를 들어 정치적 성향의 집회는 사용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었다.

그런데 이번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서만은 시의 관대함은 거의 무한대다.

그동안의 입장을 번복하고 이들 보수단체에게 집회를 허가해 줬다.

그것도 정기 휴일인 월요일에 말이다.

그리고 잔디 훼손 논란에 대해서도 ‘거의 훼손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 많은 인파의 발길에서 잔디가 건재하다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아니면 시청광장 잔디밭에 오병이어의 기적이라도 일어났단 말인가.

그리고 경찰에서 집회 허락만 받으면 광장 사용에 있어 시하고 한 사전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묵살해도 된다는 사실을 이번 보수단체 집회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됐다.

명백한 정치목적 행사를 그것도 사용허가서에 규정된 사전 약속의 상당부분을 어긴 집회의 불법 사안을 시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감싸고 있는 정황에 비춰보면 그렇다. 시민의 기본권은 안중에도 없이 말이다.

공용시설에 대한 재산상 훼손은 마음 내키는 대로 관용을 베풀 대상이 아니다.

해당 집회의 당위성 여부를 떠나 시민 혈세와 관련된 부분은 당연히 배상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것이 서울시가 스스로 구겨버린 체면을 최소한 회복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서울시의 입맛에 따라 규정이 적용되기도 하고, 예외가 되기도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조례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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