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때려잡자고?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0-07 19: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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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부패연루자와 철새 정치인 등을 떨어뜨리고 선거혁명을 이룬 것도 바로 국민의 힘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의식은 아직도 70년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 단적인 사례가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야간의 ‘색깔론’ 공방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정책위원회 민생정책본부 명의로 ‘국정감사 대책회의 자료’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다.

국정감사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훼손, 급진좌파, 좌파적 정책, 좌파활동 공간 확대 등의 색깔론으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총공세를 취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즉 ‘색깔론’을 국감의 주요 쟁점사항으로 삼아 여당과 급진좌파세력의 책임론을 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남침이니, 서울함락이니, 혹은 친북좌파니 하는 해묵은 이야기로 때 아닌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한나라당의 대책회의 자료를 보노라면, 지난 70~80년대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벌어지곤 하던 “빨갱이를 때려잡자”는 대규모 궐기대회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여간 섬뜩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건전보수를 자처하면서, 수구 이미지를 벗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 왔었다.

그런데 여전히 케케묵은 색깔론에 매달려 실체적인 체질개선을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색깔론 공방으로 인한 한나라당의 이해득실을 따지자면 모르긴 몰라도 일부 계층의 지지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소탐대실의 결과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동조를 얻어내는 것이 필수요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나라당의 단골메뉴인 색깔론에는 치명적 요인이 있다. 바로 다수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전제돼야 할 ‘상식’이 빠져있는 점이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당의 대응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색깔론’ 문제를 여당이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며 한편으로 이를 즐기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정책대안을 내야 할 국감에서 이념논쟁만 보여주는 정치권은 부끄러움을 가져야 마땅하다.

자신들의 무책임한 행동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좌절감을 더해주고 있는 현실을 깨닫는다면 말이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다면 치기어린 색깔론 공방보다는 생산적인 모습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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