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자중하라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0-24 19: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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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어린 시절, 무언가 갖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던가. 바로 부모님을 제대로 포섭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일이었다.

그러다 혹여 합리적인 포섭작업이 실패할 경우, 그다음 동원되는 수단은 떼를 쓰거나 우는 물리적인 작전이었다.

그렇다고 그럴 때마다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언제까지 해주겠다는 기일을 얻어내는 상황만 해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가장 최악의 경우는 매를 맞고도 모자라 추후를 기약할 수 없는 완전 포기 상태에 이르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환경적 요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실패확률이 가장 높은 특정 상황이 있었다.

어느 때냐면 바로 그 당시 집안 분위기를 비롯한 부모님의 심리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덤벼든 경우다. 이런 경우 대부분 치도곤을 당하게 되기 일쑤였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부부싸움 중일 때가 그런 경우다. 도중에 분위기도 모르고 끼어들어 무조건 무언가를 사 내놓으라고 떼를 쓴다면 돌아오는 것은 십중팔구 매뿐이었다.

지금 한나라당이 어릴 적 나의 철없는 오판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동으로 매를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한나라당은 이해찬 국무총리가 사과하지 않는다면 그가 대독하는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거부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 유럽 순방 당시 이 총리가 기자들에게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 “한나라당 나쁜 것은 세상이 다 안다”는 등의 발언한 것을 들어 한나라당이 총리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한가하게 폼이나 잡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본다.

자칫 한나라당의 이 같은 모습이 국정에 대한 태클로 비춰진다면 가뜩이나 수도이전 위헌판결로 불편해져 있는 국민들이 한나라당 질타로 가닥을 잡게 될 지도 모른다. 횡액을 자초할 수 도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통과된 수도이전 특별법은 당시 다수당으로 국회를 주도했던 한나라당으로선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원죄’ 부분이다.

더구나 충청 표심을 의식, 수도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누군가 나서 무슨 염치로 수도이전 반대를 말하고 있느냐고 따진다면 할말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한나라당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겸허한 자성과 자중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자칫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 행태로 매도당하기 십상이다. 또한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앞서 당리당략 측면에서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공연히 분위기에 휩쓸려 부화뇌동한다면 또 다시 지난 탄핵 때 같은 피눈물 나는 상황이 도래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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