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신’의 유혹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0-27 2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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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본사 홈페이지 독자게시판에 아주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다.

바로 ‘네티즌들, 신흥종교 ‘지름교’ 정체 깨달았다’는 제목의 글이다.

처음엔 사이비 종교집단이 올린 글이거나, 아니면 사이비종교에 빠져 피해를 본 사람의 글이겠거니 하면서 무심코 읽었더니 그게 아니었다.

이 글은 ‘마음에 든 물건을 본 순간 사고 싶은 충동을 당연하고 지극히 옳은 것이라 여기는 심리’를 종교에 빗대 재미있게 묘사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지름교’는 아마도 ‘물품을 구매했다’라는 의미로 흔히 쓰이는 ‘질렀다’라는 인터넷 은어에서 유래한 듯 보인다.

실제로 젊은 네티즌들은 신제품, 또는 마음에 쏘옥 드는 제품이 나오면 구매 욕구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몇 달 동안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모아 갖고 싶었던 것을 손에 쥐게 됐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얄밉게도 충동욕구를 자극하는 또 다른 신제품, 혹은 다른 갖고 싶은 것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에 네티즌들이 갖다 붙인 이름이 ‘지름신’이다.

네티즌들이 지름신의 꼬임에 빠져 새 물건이 나오면 일단 내지르는 것처럼 정치권이 득표를 위해서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득표정책을 남발하는 모습도 흡사하다.

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못한 네티즌들이 물건을 사고 나면 금방 후회하거나 ‘지름신’을 원망하면서도 결코 자신의 욕심을 탓하지 않는데 그 속성이 정치권과 비슷하다.

행정수도 이전이 그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 당시 득표를 위해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16대 국회는 총선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이를 특별법으로 통과시키는데 단결된 힘을 보인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잘못된 출발이었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자신을 탓하는 사람이 없다. 네티즌들이 지름신을 원망하는 것처럼 저마다 상대 당 탓하기에 바쁠 뿐, 자책하거나 책임지려는 사람은 없다.

어디 이 같은 일이 행정수도 이전 하나에만 국한된 일인가.

‘지름교’의 ‘지름신’은 지금도 네티즌들을 유혹하듯이 정치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단, 정책을 내지르고 보라. 다음은 다음에 생각하라.”

하지만 이 신흥종교의 정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후회해도 늦다.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네티즌들이야 지름신의 유혹에 넘어가더라도 개인의 손해로 끝을 낼 수 있지만, 정치권이 그럴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국가의 손실이 따르기 마련이다.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최소한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책임질 줄 아는 정치권의 상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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