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심이냐 소신이냐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1-03 20: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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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새로운 정쟁대상으로 떠오른 최 광 국회예산정책처장 해임건의안 처리와 관련, 여당이 단독처리 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한나라당의 으름장은 아무래도 궁색하다.

이종걸 예산정책처 조사소위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최 처장이 신행정수도 이전 비용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말이다.

이 의원의 주장의 핵심은 첫째 신행정수도 건설이전 비용을 부풀렸다는 점, 둘째 이 보고서를 한나라당에 유출했다는 점, 셋째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의 전화를 받고 이와 같은 작업을 진행시켰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물론 최 광 처장은 공직자의 양심에 따라 했을 뿐이라며 조사소위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물론 최 처장 자신의 주장처럼 공직자의 양심에 따른 소신 행보였다면 그는 앞으로 어떤 선거에도 후보로 나서서는 안될 것이다.

만에 하나 최 처장이 정당의 공천, 그것도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고 선거에 출마한다면, 그것은 지금의 이 사태가 소신행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정치적 자작극이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의심쩍은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위원장은 “양지청 예산정책처 사업평가국장 등을 불러 조사한 결과, ‘실무자가 한 분석을 최 처장이 묵살하고 임의로 이전비용을 부풀렸으며, 여기에는 최 처장의 지시가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최 처장은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의장의 지시를 받고 보고서 내용을 사전유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최 처장은 “수도이전 비용 보고서를 이한구 의원에 전달한 적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이런 지적이 사실이라면 최 처장은 지난 9월 세미나 석상에서 ‘좌파정권’이라는 발언을 한 것도 다분히 한나라당을 의식한 것이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그의 면직처리를 놓고 사생결단 태세로 그를 두둔하고 있다. 그러니 최 처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더욱 의심스러운 것이다.

당시 수도이전 논란의 핵심적 쟁점 가운데 하나가 이전비용문제였다.

따라서 이종걸 의원의 주장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한나라당은 국회예산정책처와 의도적으로 짜고 여론을 호도시킬 목적으로 사실보다 훨씬 비용을 부풀린 엉터리 자료를 마치 사실인양 둔갑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은 그의 면직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국회차원에서 이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는 일에 당연히 협조해야만 한다.

최 광 처장의 행보가 흑심인지 소신인지를 분명하게 가려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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