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地思之’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1-09 19: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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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미국에는 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이 자사 판매원들의 서비스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물건을 사는 척, 매장을 돌게 하는 ‘가짜 손님’이 있다고 한다. 일종의 암행어사인 셈이다.

이는 판매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모든 것을 판단해 보자는 것으로, 즉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본다면,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도 절로 우러나게 될 것이다.

지금 공무원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를 둘러싸고 노-정간 갈등으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나 서로가 한번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선 공무원 노동3권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15년전 제안한 것이라는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주장이 있다.

이번에 민노당과 공무원노조가 함께 마련해 발의한 것과 똑같은 법안이 1988년 당시 초선 의원으로 노동위원회 간사였던 노 대통령의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김원기 국회의장과 이해찬 국무총리 등도 당시 평민당 국회의원으로서 법안 발의에 찬성했을 뿐 아니라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발의에 찬성했다고 한다.

심지어 16대 국회에서도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공무원 노동3권을 보장하는 법률을 제안하고 신계륜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천정배 원내대표 등이 찬성했다고 한다.

더구나 한나라당에서도 김덕룡 의원 등이 법안을 함께 발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공무원 노동3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것인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 상황이 악화된 것은 없다. 오히려 그 전보다 국민과 정치권의 개혁의지가 높아진 만큼 상황은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강병 일변도다.

공무원노조는 그래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공무원 노동3권을 보장한다더니 이제 와서 아무런 해명 없이 이를 반대하고 있으니, 누가 선뜻 이 같은 태도변화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사태의 원활한 해결을 위해서 노 대통령과 여당은 강경탄압하기에 앞서 왜 입장을 바꿔 노동3권을 보장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입장은 공무원노조 역시 마찬가지다.

공무원 노동3권을 제안했던 노 대통령과 여당 및 야당관계자들이 왜 입장을 바꾸거나, 침묵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혹시 노동3권에 대해 조급했거나 성급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와 노조 관계자가 자리를 맞바꿔 한번쯤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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