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지은 죄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1-21 18:3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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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지난 17일 치러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 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기능을 이용한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소식이 전국을 놀라게 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같은 일이 이번에 처음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년과 재작년 수능 때도 이런 수법의 부정행위가 수능 시험장에서 버젓이 행해졌다는 사실이다.

가담 규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확산되고 있는만큼 사건이 그리 간단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고 당국 역시 적발된 관련자를 엄중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본 기자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대부분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수능 성적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여타 수험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피의자 신분으로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역시 이번 사건의 피해 당사자다. 사회를 새출발하는 새내기로서 꿈과 희망을 품는 대신 아이들 가슴에는 ‘상처’만 남게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책임은 아이들이 아닌 우리 어른들에게 있다.

‘성적 지상주의와 도덕 불감증’으로 만연된 사회적 병폐를 조장하며 아이들에게 범죄행위를 강요한 것은 바로 우리 기성세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행위가 얼마나 큰 범죄가 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그저 단순히 수능에 좋은 점수를 받아야겠다는 욕심과 함께 수험장에서의 부정행위가 범죄라는 의식보다는 인생을 지름길로 안내하는 요령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죄가 있다면 가치관의 부재인데 이 역시 그동안 부모나 선생이 시키는대로 양육되고 교육된 아이들 현실로 봐선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실제로 우리들은 부모라는 이름으로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인성을 추구하기보다 좋은 성적울 올리는 것이 훨씬 더 올바른 가치관이라고 가르쳤고 또 강요하지 않았는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오로지 공부만 잘하라는, 그래서 소위 좋은 대학 나와서 나만 잘먹고 잘살면 된다고 입이 닳도록 당부하며 은연중에 그들에게 성적지상주의와 도덕 불감증을 심어준 우리들은 범죄 교사범이다.

‘좋은 성적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부정행위가 그렇게 큰 문제인 줄 몰라서’ 큰 죄의식 없이 이번 사건에 가담했다는 아이들의 고백도 그 같은 정황을 뒷받침해주고도 남는다.

인간의 우열을 정하는데 유일하게 성적만 동원해왔던 기존의 평가기준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실상 우리는 그동안 시행착오로 학교 성적 보다는 좋은 품성, 올바른 가치관 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짐짓 외면해 왔다.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선 안된다.

늦었지만 이번 기회에 서열화된 대학과 학벌사회로 멍든 우리사회의 병폐를 바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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