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者, 그 쓸쓸한 이름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1-29 18: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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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언젠가 노사모 초대회장을 만나 점심을 함께 한 일이 있다.

그의 입담이 너무 구수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에 빠져있는데 그가 느닷없이 ‘기자들에게 당한 과거’를 풀어놓는 바람에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가 기자들에게 당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6개월쯤 되던 시점에 그는 대학후배인 xx일보 기자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다 원고 청탁을 받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로인해 그가 뒤집어 쓴 ‘덤터기’는 이후 까지 상당한 후유증을 남기고 말았다.

당시 그가 쓴 원고의 주제는 ‘취임 6개월된 대통령께 하고 싶은 말’.

그는 노 대통령에게 앞으로 국정방향을 바로잡고 잘 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인사문제에 있어 신중을 기해 달라는 당부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노 대통령에 대한 애정의 또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그러나 xx일보의 교묘한 편집기술로 기사화된 자신의 원고를 접한 그는 그만 ‘으악’ 소리를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xx일보가 애정어린 그의 ‘당부’를 “노사모 초대 회장이 ‘노 대통령이 국정방향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했다”는 내용으로 둔갑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어느 맞벌이 가정의 자녀가 “엄마가 앞으로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우리와 함께 놀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이것을 “엄마가 매일 직장에 나가느라 우리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비난했다”고 표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어쨌거나 그는 이로 인해 하루아침에 노사모 초대회장으로서 노 대통령을 비난한 ‘변절자’(?) 신세가 돼 주위로부터 한동안 ‘왕따’가 되는 등 적지 않은 홍역을 치렀다고 한다.

그는 노 대통령이 그의 지지 세력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xx일보의 불순한 의도에 당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런 후유증을 겪은 그에게 기자와 언론에 대한 신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주위에는 이처럼 언론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과도한 인적 친밀감은 또 다른 ‘이너서클’을 만들어 특정 이익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여론 왜곡 효과를 만들 우려가 있으나, 그보다 무서운 것은 자사의 이익을 위해 취재원을 악용하는 행위다.

본 기자는 일선기자로서 취재원과 독자의 신뢰가 가장 귀한 가치라고 생각해왔고 또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주위의 이 같은 ‘행태’ 때문에 덩달아 도매금으로 넘겨진다는 피해의식 때문에 힘이 든 것도 사실이다.

기자로서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추락하는 언론의 신뢰도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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