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孫(손학규) vs. 저주의 文(문재인)

고하승 / 기사승인 : 2016-04-15 11: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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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이번 20대 총선에서 ‘기적의 손’과 ‘저주의 문’을 보았다.”

이는 총선 당일 날 저녁,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핵심 관계자가 술자리에서 개표결과를 지켜보다가 독백처럼 내뱉은 말이다. 당시 함께 했던 일행들이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한 ‘기적의 손’이란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를 지칭하는 것이고, ‘저주의 문’이란 문재인 전 대표를 일컫는다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손 전 대표의 경우 약진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흡족한 성과를 얻었다. 전남 강진에 내려가 칩거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19대 때보다 되레 손학규계 현역의원이 더 늘어났다.

몸은 강진에 있지만, 그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이 아끼는 후보들의 선거전을 도왔다.

실제 손 대표는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격려 메시지를 보내거나 최측근인 송태호 동아시아미래재단 이사장을 유세현장에 보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지원 의사를 전달하는 등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손 전 대표가 송 이사장을 통해 지원한 후보는 모두 19명이다. 그 중에 16명이 당선됐다. 특히 더민주의 양승조 조정식 우원식 이찬열 김민기 유은혜 이개호 전현희 전혜숙 강훈식 고용진 김병욱 박찬대 어기구 임종성 후보는 15명이 모두 당선됐다. 국민의당에선 김성식 후보가 당선됐다. 고배를 마신 이는 국민의당 소속 최원식 김종희 임정엽 후보 등 고작 3명에 불과했다.

특히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여당 초강세지역인 경기 성남 분당을의 김병욱 후보와 여당 전통텃밭인 강남을의 전현희 후보 당선은 ‘기적 중의 기적’으로 꼽히는 일대 사건이다. 또 국민의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한 광주와 전남에서 유일하게 더민주 후보로 살아남은 이개호 당선자도 ‘기적의 후보’이고, 수도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제외하고 국민의당 후보로 유일하게 승리한 김성식 당선자 역시 ‘기적의 후보’이다.

그런 기적을 일으킨 배경에 손학규 전 대표가 있고, 그래서 ‘기적의 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문재인 전 대표는 왜 ‘저주의 문’이라 불리는가.

총선 직전 문 전대표는 두차례나 호남을 방문해 '광주시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낭독하며,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쳤다.

낮은 자세로 엎드려 호남 홀대론에 대한 해명 및 사과와 더불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권에 출마하지 않고, 정계도 은퇴하겠다"며 배수진까지 쳤지만 얼어붙은 호남 유권자들은 등을 돌렸다.

그의 방문이 되레 광주민심을 자극해 광주에서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8대 0 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광주 광산을 선거구의 이용섭 후보마저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했다. 전남에선 손 전 대표의 지원을 받은 이개호 당선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낙선했다. 특히 그가 선거운동 마지막 날 찾은 순천에선 당선이 무난할 것이라던 노관규 후보가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에게 패하는 이변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순천에선 ‘이정현 당선의 일등 공신은 문재인’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결과적으로 광주 8석, 전남 10석, 전북 10석 등 호남지역 28석 가운데 더민주는 전남 1곳과 전북 2곳 등 고작 3석을 차지하는데 그친 것이다. 이쯤 되면 더민주가 영원할 것 같았던 호남 맹주자리를 창당한 지 석달도 채 되지 않은 국민의당에 빼앗긴 것은 ‘저주의 문’때문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 더민주는 새로운 얼굴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야 할 시점이 됐다.

어려운 선거에도 승리를 안겨주는 ‘기적의 손’을 선택하든, 선거 때마다 패배를 부르는 ‘저주의 문’을 선택하든 그것은 어디까지나 더민주 구성원들의 마음이다. 누구도 이를 강요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의 대가가 ‘기적’아니면, ‘저주’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알고 결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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