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4-12-20 20: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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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이른 바 ‘이철우 의원 간첩사건’이 여야간의 고문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일종의 진실게임 형국으로 흐르고 있다.

이 와중에 불똥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게 튀었다.

고문을 자행한 당사자로 지목되면서부터다.

이미 당시 관련자들로부터 정 의원의 고문혐의와 관련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양흥관씨는 정 의원에게 직접 성기고문을 당했다고 증언 했다. 92년 당시 일명 ‘남한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의 총책으로 알려진 황인오씨도 자신은 물론 4살 먹은 아이와 어머니를 포함한 가족들이 당시 남산에 있던 안기부에 20여일간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주장을 펴 충격을 주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측이 앞으로 시국사건과 관련한 고문 피해 사례를 널리 수집해 공개적으로 브리핑해 나갈 계획이라고 하니 고문공방이 쉽사리 가라앉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당사자인 정 의원은 고문한 사실이 없다며 펄쩍 뛰고 있다.

그는 현재 결백을 주장하며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진 고문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안기부 수사국장 5년을 포함해 안기부 재직시절 단 한건의 시국사건도 처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결백’을 위해 법적 투쟁을 하고 ‘정정당당’히 밝히겠다는 입장을 천명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으로부터 고문을 받았다고 주장한 양씨를 명예훼손죄로 고발까지 한 상태다.

그러나 세간의 여론은 그런 그에게 그다지 우호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정 의원의 주장을 순수히 받아들이기에는 우리 사회가 고문에 관한 경험이 너무 많아서 인것 같다. 고문을 직접 경험하거나 고문을 당했던 주위 사람들에 의해 간접경험을 했던 이들 말이다. 심지어 신문연재소설을 쓰던 어떤 소설가는 당시 실세를 비난하는 듯한 비유로 글을 묘사했다고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가 한 때 나라 밖으로 떠돌기도 했고 그의 동료로 함께 끌려갔던 한 시인은 고문 후유증으로 일찍 세상을 등지기도 했다.

특히 ‘고문’에 관해 우리사회의 인식을 확실하게 깨우치게 해 준 대표적 사건이 있다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공안당국은 ‘탁치니 억했을 뿐 결코 고문한 사실은 없다’며 사망한 박군의 사인을 심장마비 쪽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그 은폐기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고 죄 없는 한 서울대생이 당국의 고문으로 죽어간 사실이 온천하에 드러나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바로 그 사건 말이다.

지금은 아무도 이 ‘진실게임’의 결말을 내놓을 수 없다.

각자 내놓는 증거와 정황을 모아가다 보면 언젠가 진실은 밝혀지겠지.

그런데 “만에 하나 문제가 있다면 모든 공직을 사퇴하겠다”는 정 의원의 배수진이 마음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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