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규제 지나치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5-01-04 20: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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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지난 16대 국회가 정치개혁의 명분을 앞세워 만들어낸 이른 바 ‘오세훈 선거법’이 정가의 미운 오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치권 인사들에게 있어 선거법이 ‘저승사자’의 위용을 발휘하며 뜨거운 감자가 돼 있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실제로 지방무대가 됐든 중앙무대가 됐든 일단 정치 진출의 뜻을 가진 인사들이 개정된 선거법 규제를 부담스러워 하며 이리저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은 결코 낯선 모습이 아니다.

이미 지난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숫자가 선거법 덫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이미 당선 무효선고를 받고 국회의원 뱃지를 반납했거나 현재 진행중인 재판을 지켜보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물론 개정된 선거법이 새로운 선거풍토 조성에 기여한 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개정된 선거법의 첫 결과물인 이번 17대 총선에서도 나타났듯이 선거판의 오랜 고질거리였던 ‘돈선거’를 막아낸 점은 눈에 띄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 현장에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영역의 상당부분을 원천봉쇄해 버린 점은 이번 개정 선거법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지 않을 수 없다.

투명한 선거풍토를 위해 ‘돈’을 묶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후보자들의 발과 입까지도 꽁꽁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유권자들로 하여금 ‘인물’ 선택에 있어 좀 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선거법 재손질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현행선거법에 의하면 선거판에서 후보자들이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과정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손가락 하나만 잘못 움직여도 곧바로 선거법위반이라는 족쇄에 걸리게끔 돼 있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오직 후보자들의 프로필을 통해 인물선택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좀 더 다양한 정보를 통해 후보자들을 자유롭게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하는데 현행 선거법대로라면 자신의 경력관리를 잘한 후보들이 선거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는 우스운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화려한 경력 하나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 될 것이다.

실제로 학력문제로 도중하차 한 열린우리당 이상락 전 의원의 경우만 해도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후보의 능력을 검증하게 만든 현행 선거법의 후유증을 보여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프로필 말고도 후보로서 가지고 있는 다른 강점들을 유권자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됐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이 전 의원은 비록 독학이기는 하지만 대졸자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벌인 인물이었다. 그런면에서 오히려 독학을 자랑스럽게 여길만했다.

그러나 현행선거법 체제하에서 그 같은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것이 현행 선거법이 안고 있는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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