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꿈 들어볼래?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1-10-26 09:5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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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청 낙성대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나 어떡해 너를 잃고 살아갈까.’

관악구청 직원밴드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인 허름한 건물로 들어서자 386세대의 심금을 울렸던 귀에 익은 음악 연주와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문틈사이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지하방 문을 여니 3평도 채 안되는 공간에서 악기와 뒤섞여 한창 연습중인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저희가 바로 관악구청 직원밴드 ‘낙성대’입니다.”

저마다의 악기를 쥔 채 땀을 뻘뻘 흘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단원들은 공무원인 점을 감안해도 그룹 사운드 하면 흔히 떠올려지는 이미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정도만을 걸어왔을 것 같은 지극히 ‘모범생’같은 외모에 이웃집 아저씨 같은 소탈한 웃음까지…. 이들이 과연 연주를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단원들의 자기소개를 듣는 순간 이내 사라졌다.

9명의 회원 중 7명은 학창시절부터 악기를 다뤄왔던 베테랑들이었기 때문. 세컨 기타를 맡고 있는 라대준씨(지역경제과·46)는 15살때부터 기타를 쳐왔고, 베이스 기타 김상운씨(봉천10동사무소·31)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제1기 출신으로 뛰어난 연주실력을 선보였다.

이에 반해 음악에는 문외한이었던 김중헌씨(지역경제과·41)와 박인숙씨(교통지도과·34)는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악기를 처음 접하게 된 경우.

“음악이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미처 몰랐습니다.”

특히, 동호회 회장이자 드럼을 맡고 있는 김중헌씨는 구청 업무가 끝나면 집이 아닌 음악학원으로 곧장 달려갔다. 김씨는 또 길가다 전파상 앞에 놓여진 엠프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사비를 들여 사오거나 봉천본동에 마련한 자체연습실에 손수 칸막이를 쳐 방음 장치를 할 정도로 남다른 열성을 보였다.

“허름하긴 해도 우리들의 자체 연습실을 갖게되니 전보다 더 애착이 생기는 건 당연하죠.”

사실 동호회는 지난해 11월 발족해 1년이 다 되도록 함께 모여 음을 맞춰볼 연습공간이 없어 별다른 대외활동없이 지내왔다. 그러다 지난 9월 회원들의 사비를 모아 지금의 연습실과 악기를 마련하고, 관악구민회관에서 첫 연주회를 가졌다.

“직원 M·T때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했습니다. 주로 386세대가 즐겨 부르던 가요 위주로 선곡했었는데 호응이 대단했습니다.”

회원들은 그 때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기된 표정으로 앞으로 연주 활동무대와 레파토리를 넓혀 야외공연과 불우이웃을 돕기위한 공연 등을 펼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양연기자 yangyoun@seoul-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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