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득권부터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5-01-19 21: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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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던 때가 과연 있기나 했을까?

날마다 정치판에 휩쓸려 ‘횡액’을 겪어야 하는 국민들이 무슨 죄인가 싶을 만큼 정치가 제구실을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 만의 일이 아니다.

국민의 기대가 그토록 컸던 17대 국회도 실망스런 원년 성적표를 남겼을 뿐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정치권 전체가 마치 개혁의 전사라도 되는 양 개혁을 부르짖더니 환골탈태는커녕 개혁 피로감만 잔뜩 안겨주고 나가떨어진 꼴이 됐다.

그런데도, 달라진다는 게 그리 간단치 않은 줄 알면서도 또 다시 일말의 기대를 걸게 되는 건 뭘까.

국회개혁이 따르지 않는 한 올해에도 그 같은 모습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달라지기 위해선 의원 자질이나 정치의식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제도적인 측면부터 고쳐져야 할 것 같다.

당장 ‘원내교섭단체’라는 어정쩡한 제도부터가 문제다.

교섭단체 대표 협의에 의한 국회운영은 비교섭단체는 물론, 교섭단체의 평의원들까지 국회운영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사실 교섭단체는 구체적 실체가 아니다. 단지 국회운영의 효율을 위한 편의적 제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회원내교섭단체가 지니고 있는 힘은 막강하다. 그들만의 단단한 ‘카르텔’을 형성하면서, 평의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기들만의 윤리특위 운영방식도 문제다.

정쟁적 차원에서 상대당 의원을 보복하기 위해 제소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여야 합의에 의해 의원제소를 철회하는 일도 다반사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현행 윤리기준은 헌법과 국회법, 국정감사에 관한 법률, 국회의원 윤리요강 및 윤리실천 규범 등에 규정돼 있으나, 법규정이 모호하고 분명한 징계 및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여야 합의 없이는 국회의원에 대한 제재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윤리특위의 의원 징계심사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폭력, 욕설, 비방행위, 뇌물수수 등 부적절한 행위가 발생했을 때 위원장 및 국회의장이 윤리특위에 해당 안건을 직권상정할 수 있도록 하고, 특위에 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구체적인 기준마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특히 윤리특위가 그동안 `제식구 감싸기’란 관행을 되풀이함으로써 윤리적 자정능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를 개선하자면 윤리특위에 외부인사를 참여시키는 것을 필연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득권 포기를 감수하는 국회의 개혁의지다.

원내교섭단체를 해체하고 또 국회의원들로만이 아닌 외부인사가 참여한 윤리심의기구를 구성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꿩도 먹고 알도 먹으면서 또 다른 개혁을 달성하겠다는 말은 택도 없는 빈 소리일 뿐이다. 일을 제대로 성사시키고자 한다면 우선 내 몫의 기득권부터 내놓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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