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속의 소망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1-11-01 16: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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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구 재정경제국장 박정호
70년대 말인가. 어느 유행가 가수가 불렀던 “아니! 벌써…”라는 노래가 문득 생각난다. 아니, 벌써 지천명의 나이를 먹고 정신도 육체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노년기 증세를 띠고 있으니. 공무원에 발을 디딘 지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그때는 어느 모임에 가든지 제일 막내 그룹에 속했는데 이젠 제일 위쪽에 속하는 편이니 오호! 통제라, 세월의 빠름을 실감한다. 그래서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지난날의 향수를 그리워 해보는 습성이 생겨났으니, 그리고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게 되니 분명 ‘지천명’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가보다.

그래도 아직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자부하면서 오기를 부려보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만용이라는 것을 금새 알게된다. 오늘도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을 하고있는 나 자신을 볼 때 왠지 서글픔과 후회스러움이 엄습해 옴을 강하게 느낀다.

언제나 아침에는 십수년동안 한결같이 따르릉 울리는 시계소리에 일어나게 되고 집을 나서며 담배피우는 것부터 정해져 있다. 차 속에서는 나의 지정좌석, 그리고 오늘 하루 시작의 막을 올리게 된다. 다시 말해 인생이라는 단막극을 시작한다. 벌써 어린시절로 되돌아간다.

저녁밥 짓는 시골마을이 보인다. 산밑에 있는 오두막 초가집의 찢어진 문살에 다 쓴 공책조각을 더덕더덕 붙여놓은 문틈새로 춤을 추는 호롱불의 그림자가 마치 동화 속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동네집집은 종일 뛰어 놀다가 밤늦게 방바닥에 엎드려 몽당연필에 침을 발라가며 열심히 숙제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순백해 보인다.

내 머리 속에서 갑자기 낮은 흙담을 사이로 함께 살아온 앞·뒷집, 옆집의 그 이웃사람들이 보고싶어 진다.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할머니는 돌아가셨겠지.

모든 것이 정말 궁금하다. 모두들 건강하게 잘들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이처럼 인간은 그리움을 통해 소중함을 알고 그리움을 통해 사랑을 아는가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뿐. 어김없이 차 속의 안내 방송이 요란하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라는 글귀를 마음에 새기며 이제까지 일어났던 모든 상황은 벌써 내 곁에서 멀리 사라지고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나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의 할 일들로 내 머리 속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하며 마음 속으로 오늘 하루를 위한 화이팅을 외쳐본다.

화이팅! 화이팅! 화이팅! 우리 서울시 공무원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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