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자식 사랑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5-02-17 20: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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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가끔 TV를 통해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에서 동물의 적나라한 본능을 만나게 된다. 지능지수가 떨어질수록 동물적 본능이 더 치열하게 반응하는 과정은 무척 흥미롭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 대접을 받는 것은 그러한 동물적 본능을 가장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이성을 소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잘못 발휘된 본능으로 패가망신을 자초한 사건이 있다.

이른 바 검사아들 성적조작 사건이 그것이다.

해당 학생 아버지의 직업이 검사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본 사건이 검찰수사 종결로 마무리되는 듯 하더니 뒤늦게 새로운 내막이 폭로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답안지 대필이 당초 알려진 것처럼 담임교사의 단독 범행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당사자인 학생까지 개입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지난해 이 학교 1학기 중간고사에서 두 차례, 2학기 중간 및 기말고사에 3차례 등 모두 5차례에 걸쳐 해당과목 시험이 끝난 뒤 학생에게 본인 답안지를 재작성하도록 시켰다.

그 결과 “그동안 학생의 처지가 안타까워 혼자서 저지른 일”이라는 주장을 펴왔던 해당교사와 “전혀 몰랐다”로 일관해 온 학부모를 향한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일이 꼬여도 한참 꼬이게 되면서 가장 큰 피해자가 된 해당 학생의 처지가 안타깝다.

자신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건 그는 어른들의 추악한 본능이 판치는 와중에 희생양이 됐고 본의 아니게 사약사발을 받아든 처지가 됐다.

빗나간 자식사랑이 남긴 치명적 상처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그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치유할 수 있겠는가.

귀한 자식일수록 고기를 배불리 먹이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자식의 평생을 부모가 함께 해줄 수 있다면 혹 모르겠다. 자식의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고 해결해줄 수 있다면 부모 주관대로 자식의 삶을 재단할 과욕을 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기에 부모가 자식의 평생을 지켜준다는 것은 우선 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자식과 부모의 삶은 그 길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린 자식이나 제자에게 이 세상을 바르게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심어주지는 못할망정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바를 취득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미처 피어나지도 못한 꽃대를 싹둑 잘라 버린 빗나간 자식사랑, 범죄라는 단어 외에 더 붙여줄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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