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게릴라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5-03-03 20: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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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행정수도이전을 둘러싸고 지난 2일 오전 5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등이 행정도시 특별법안의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시작된 여야의 긴장상황은 김덕규 국회의장 직무대리가 이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 표결처리해서 가결시키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그 와중에 일어났던 소란.

이날 행정수도이전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일어난 몇몇 장면을 두고 사람들은 흡사 지난 16대 국회에서의 3.12 사태의 재연을 보는 듯 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스개에 지나지 않겠지만 심지어 한나라당이 탄핵 사태를 ‘벤치마킹’ 했냐는 소리도 있다.

정치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직업 탓에 가끔 정치권의 적나라한 모습과 마주칠 때가 있는데 정치인인지 연기인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카메라를 의식하는 그들의 속 보이는 연출 모습은 인기를 먹고 사는 탤런트들의 생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그들의 정치 행위 하나하나가 바로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이웃나라의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고 화면 속 가상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힘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정치권의 헛발질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논리적인 설득이나 타협의 과정조차 생략한 채 생떼와 고함 그리고 육탄전이 난무했던 이날 밤 본회의장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결론을 말하자면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보여준 ‘수도사수 게릴라전(?)’은 실패작이다.

특히 마지막의 ‘애국가 장면’은 거사를 일으킨 주역들이 스스로를 희화화 시키는 이상한 결말을 초래하는 자충수였다.

과유불급이었을까? 이날의 실패 요인을 ‘전략 부재’로 진단하기에는 이를 주도한 의원들의 투사로서의 전력이 너무 화려하다.

모든 거사에서 무엇보다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명분’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을 텐데 왜 이들은 국민들의 마음 얻기에 실패했을까.

그 이유는 저마다 자신의 ‘사심’을 너무 노출 시킨 전략 부재 때문인 것 같다.

그들이 외치는 구호처럼 수도가 두동강이 나게 될 경우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고통으로 이어지니 이를 막아야 하겠다는 충정이 전부였다면 과연 그들의 처지가 그렇게까지 외롭게 됐을까.

한나라당이 지금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대권을 의식한 ‘성급함’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결말에 앞서 자꾸 사사로운 욕심이 불거지게 되고 국민들의 마음은 차가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행정수도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나라당이 바람직한 야당의 모습으로 거듭난다면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정권 창출은 그 다음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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