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있는 결단(?)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5-03-23 19: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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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한나라당 박세일 의원의 탈당이 정가의 화제다.

비례대표였던 만큼 탈당계 제출과 동시에 의원직이 상실된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그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박 전 의원 탈당의 직접적 동기는 행정수도특별법에 합의해준 지도부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동료의원들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탈당소회를 통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왜 우리(한나라) 당이 수도분할법 문제에 대해 그렇게 서둘러 입장을 정했어야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누가 옳았는지는 국민과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그의 탈당 행적은 당 내부로부터 아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 정가여론으로부터도 ‘소신의 발로’라며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본 기자의 견해는 다르다. 박 전 의원이 당내에서 가지고 있던 비중 때문이다.

그가 누구인가. 제1야당의 비례대표 1번이었다. 단순한 비례대표 1번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비례대표 의원직 배분을 주도할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위치였다.

물론 그가 갖고 있는 능력의 결과이긴 하겠지만 그는 지난 17대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에 입문한 이래 박근혜 대표와 더불어 실질적으로 당을 진두지휘하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그는 선거당시엔 공동선거대책위원장,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총선 이후엔 여의도연구소장과 정책위원장 등의 요직을 거치면서 실질적으로 당을 공동 운영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 ‘행정도시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당이 자신의 소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을 떠날 결정을 내리는 모습은 아무래도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처신에 걸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든다.

그가 과연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최선을 다한 건지 엉뚱한 의혹만 앞선다.

국회의원 신분이 주는 매력을 생각한다면 박 전 의원의 결행은 범상치 않지만 ‘용단’보다는 차라리 ‘도피’로 느껴진다.

애초 그가 한나라당에 발을 내딛은 동기가 바로 ‘한나라당 구하기’였고 최근까지 박 대표 체제의 주요 의사 결정자로서 활동해 온 당사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다.

무엇보다 그가 정치권에서 활동한 시간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정치권을 떠나면서 “새로운 분야에서 나라와 역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길을 찾고 당의 발전을 위해 밖에서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는지도 열심히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이번 그의 행적으로 미뤄보아 선뜻 그 말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지 않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그의 이번 도중하차는 결코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잘 준비된 식재료로는 누구든지 좋은 상을 차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과연 자신의 처신이 적절했는지 고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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