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선생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2-07-06 1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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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ILINK:1} 강남쪽에 심은 귤을 강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江南種橘江北爲枳)춘추시대 말기 제(齊)나라에 안영이라는 유명한 재상이 있었다. 공자도 그를 형님처럼대했다고 하니 가히 짐작이 가는 인물이다. 안영은 지혜와 정략이 뛰어난데다 구변과 담력 또한 대단하다. 특히 키가 작은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어느날 초(楚)나라 영왕이 그를 자기 나라로 초청했다. 안영이 하도 유명하다니까 그를 불러 한번 보기 좋게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영왕은 그를 보자마자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하고 물었다.

그의 작은 키를 비웃으며 건넨 말이었다. 안영은 서슴없이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나라는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는 사람을 골라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지만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냅니다. 신이 여기에 뽑혀 온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기 때문입니다.”

은근히 상대방을 놀려주려다 보기 좋게 반격을 당한 초왕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첫 번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자 초왕은 두 번째 계획을 진행시켰다. 왕이 바라보는 뜰 아래로 포졸들로 하여금 죄인을 묶어 그 앞을 지나가게 했다.

그 때 왕은 “그 죄인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하고 큰 소리로 물었다.

“포졸이 “제나라 사람입니다”하고 대답했다.

“죄명이 무엇이냐?”

“절도죄를 범하였습니다.”

초왕은 빙그레 웃으며 안영을 바라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제나라 사람들은 원래 도둑질을 잘하오?”

이 때에 안영이 한 말이 바로 강남종귤강북위지(江南種橘江北爲枳)였다.

“강남쪽에 심은 귤을 강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되는데 바로 토질 때문입니다. 제 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살고 있을 때에는 도둑질이 무엇인지도 모르다가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을 한 것을 보면 초나라 풍토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선생’이라는 호칭은 쉽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필자 역시 이 ‘선생’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필자가 이 호칭을 붙여 부르는 분이 몇 있는데 그 중 한 분이 바로 장기표 선생이다.

재야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그가 이제 제도권에 진입했다. 한 때 한나라당 이부영 부총재, 민주당 김근태 고문 등과 함께 재야의 지도자로 나란히 했던 그다. 민중당 시절 동지였던 이재오씨는 이미 한나라당에서 상당히 입지를 굳히고 있고, 이우재씨는 금천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8.8재보선에 재출마한다. 까마득한 후배 김문수씨도 부천에서 금뺏지를 단지 이미 오래다. 그만 재야에 외롭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얼마 전에 이렇게 말했다.

“이젠 나를 아는 사람들이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네. 후원금 내라고 할까봐 두려운 모양이야”

그가 영등포을 지역구에서 민주당후보로 출마할 것 같다. 이젠 그로부터 ‘선생’이라는 호칭을 거둘 때가 됐다. 그러나 그 분만큼은 ‘강남종귤강북위지(江南種橘江北爲枳)’가 적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존 정치권 풍토가 어떻든 그가 지녔던 진솔함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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