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心때문에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5-04-03 20: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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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수미산은 높디높아 봉우리도 보이지 않고
바닷물은 기어 바닥에 닿지도 않네.
흙을 뒤집고 먼지를 털어도 찾을 수 없으니
머리 돌려 부딪치니 바로 자신이로구나.
작금의 한나라당 내분을 주도하고 있는 비주류 진영에 던져주고 싶은 옛 시구 하나를 떠올렸다.

자가당착. ‘그럴듯한 이름을 세워 진리를 찾는다고 하지만 결국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피해만 자초하였다’는 뜻을 담고 있는 이 시가 근래 들어 잦은 충돌로 세간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한나라당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듯 싶어서다.

지난 달 임시국회 당시, 한나라당은 지도부의 행정수도 이전법 합의 건으로 당내 갈등이 증폭되기 시작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최적의 방법은 ‘책임당원제 도입’이라는 주장을 펴는 당 지도부에 대해 수도이전반대투쟁위원회(수투위)와 수요정치모임(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이 “당론으로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왜 서두르냐”며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오히려 매 사안마다 특정 대권주자를 엄호(?)하는 이상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냄에 따라 이를 관전포인트 삼은 구경거리를 세간에 제공하기까지 하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행정수도이전 여야합의 반대나 책임당원제 도입에 반발하며 박근혜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탄력을 받을 리 없다.

이미 오래전 당 선진화추진위원회를 통해 경선 선거인단 구성시 책임당원 몫과 일반국민을 각각 60%와 40%로 정해놓은 것은 물론 2006년 지방선거 경선에도 누구할 것 없이 책임당원제의 당위성을 이야기해 왔었다.

말한 사람도 있고 들은 사람이 있는 이상 ‘당헌’운운하며 느닷없이 책임당원제 도입에 제동을 걸고 나서는 주장 자체가 설득력을 갖게 될 리 만무다.

그래서 자꾸 거사(?)를 내놓을 때마다 헛발질로 끝나고 만다.
그들은 자신의 속내를 국민들에게 이미 들켜버렸다. 전략 측면에서 무조건 빵점짜리로 자가당착에 빠져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한나라당 내분을 주도하는 이들의 현주소다.

문제는 그들이 자신의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지금 한나라당 비주류 진영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사심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도권을 쥐어야겠다는 속내를 온 국민은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논두렁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장끼처럼 현실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눈을 밝게 가지고 현실을 명확히 판단해야 하는 정치의 기본을 외면하고 있는 점이 지금 당내 갈등의 주체가 저지르고 있는 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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