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 봉안소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5-04-19 20:58: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서울시 출입기자는 왜 외곽에서조차 지적하고 있는 출입처 문제점에 대해 침묵하기 일쑤지요?”
언젠가 평소 안면이 있는 타 언론사의 서울시청 출입기자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외면’을 은근히 힐난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는 “평소 시정을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먼저 기사감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아니다’라는 판단이 들면 쓰지 않는 것일뿐”이라는 매우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했다.

물론 시로부터 시정운영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제공받는 그들의 입장이고 보면, 바깥에서 보는 현상과 다르게 혹은 더 잘 이해하거나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자칫 아무것도 아닌 사건을 침소봉대시키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며 마음을 다졌던 기억이 있다.

오늘 한 인터넷 매체에 오른 기사로 인해 네티즌들의 입살에 ‘몰매’를 맞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기사를 접하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건은 지난 18일 이 시장이 서울시 25개 구청장·부구청장들과 함께 광주 5.18국립묘지를 참배하는 현장에서 비롯됐다. 이날 이 시장은 서울지역의 각 구청장 등 80여명을 대동하고 광주광역시 소재 전남도청을 방문해 ‘전라남도와 서울특별시 시·군·구간 합동자매 결연협정체결식’에 참석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5.18 당시 희생자들의 영정을 모셔둔 ‘유영봉안소’ 안에서 이 시장이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한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한 일간지 기자는 “이명박 시장은 유영봉안소를 들러 분향을 한 후 유영봉안소를 나오면서 목을 뒤로 젖히면서 웃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시장은 지금 네티즌들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사진의 정황으로만 봐서는 경건해야 할 봉안소 안에서 경거망동 한 이 시장은 ‘역사의식이 부재한 파렴치범’ 취급을 받으며 몰매를 맞을 만하다.

그러나 당시의 정황을 전해 듣고 보니 이 시장이 약간은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장의 파안대소는 바로 옆에 있던 유 영 강서구청장의 조크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유영봉안소’라는 명칭을 보고 함께 동행한 유 영 청장이 “내 이름과 같다”는 조크를 던졌는데 이 조크가 바로 옆에 있던 이 시장의 웃음보를 자극하게 된 듯 싶다.

이를 두고 ‘역사의식 부재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 시장을 두둔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이시장이 그 자리에서 웃은 것은 사실이나, 역사의식 부재라는 지적은 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물론 유영봉안소는 80년 당시 처참하게 군부의 총살에 죽음을 맞이한 분들의 영정을 모신 자리인 만큼 이 시장은 그 웃음마저 자숙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 역시 진상을 알리는 것이 사명인 만큼 최소한 그 웃음의 배경 정도는 제대로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았을까.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