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좋은 단어의 나쁜 미래

원영섭 / 기사승인 : 2018-01-28 15: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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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섭 법률사무소 '집' 대표 변호사
▲ 원영섭 법률사무소 '집' 대표 변호사
우리나라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는 법률에 의해 지방자치단체가 사무처리, 재산관리, 조직, 권한, 조례 제정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굉장히 포괄적이라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 광범위하게 지방자치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방자치단체가 헌법의 개정이 이뤄져야만 할 수 있는 행위는 사실상 없다.

지방분권 개헌이 올해 지방선거에 미치는 정략적 내지 정치공학적 영향에 대해 현정권과 자유한국당은 끊임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것은 시기의 문제로 지방선거에서 개헌하느냐 연말에 개헌하느냐에 대한 논쟁이 핵심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지방분권의 강화가 대한민국이 미래에 가야할 방향인지에 대한 논의는 한편에 제쳐두고 있다. 오히려 자유한국당은 지방분권 개헌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 시기는 언제냐만 문제삼음으로써 여당이 제기한 지방분권 개헌이라는 어젠더 자체의 당위성을 인정하는 듯한 인상마저 주고 있다.

지방분권의 정당성을 논하기 위해 외국의 지방자치와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은 땅이 넓고 인구가 많다. 그 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역사는 지방정부의 분열과 통합의 역사다. 미국은 다른 나라나 다름 없었던 각 주(STATE)가 통합이고, 정식국호도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나라들의 합체(UNITED STATES OF AMERICA)다. 이 나라들은 지방분권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큰 나라로서 원심력이 작용하는 지방정부를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지방정부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인정하였다. 지금도 지방정부가 왠만한 한 나라보다 더 큰 영토, 인구, 경제력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일본과 유럽은 봉건국가의 전통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일본은 19세기 말 도꾸가와 막부가 망할 때까지 지방의 영주인 번주들이 세습을 통해 지역을 통치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19세기까지 통일국가가 아니었다. 결국 일본과 유럽의 지방자치는 하나로 통합되지 못한 오래된 봉건적 시스템을 그대로 현실로서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극복의 대상이지 정의가 아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온 지방만의 정치적 권위와 정통성은 없다. 스페인은 카탈루냐지방이, 영국은 스코틀랜드 및 북아일랜드가, 이탈리아는 북부이탈리아, 중국은 위구르와 티벳이 분리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지역도 없으며, 과거에도 없었다.

우리나라 국민은 서로 다르지 않다. 단일민족이 실체가 없는 신화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공유되는 역사, 가치관, 문화, 인종에 있어 많은 인구가 이렇게 균질한 상태로 있는 국민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또한, 우리나라의 영토는 작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시간정도 차를 타고 가다 보면, 수많은 지자체를 통과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방자치 단위인 미국의 한 주(STATE)나 중국의 한 성(城)에 불과한 영토와 인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를 더 잘게 쪼개야 하는가? 너무나 당연해서 간과되고 있지만, '하나의 나라'는 우리의 훌륭한 정치적 자산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지방재정이다. 해당 지역의 세금수입 중 중앙정부로 보내는 비중을 줄이고 지방정부의 비중을 증가시킨다. 가난한 지자체는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지자체는 더 부유해 질 것이다. 부유한 지자체의 세수를 가난한 지자체를 위해 사용할때 주민들의 저항은 불가피하다. 파산한 지자체의 주민들은 같은 대한민국의 국민임에도 오로지 해당 지자체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당연히 받아야 할 공공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여러 개의 지자체가 연관된 대규모 SOC사업은 더욱 힘들어 진다. KTX가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터무니 없는 사태가 우리나라 지역 곳곳에서 발생한다. 지역감정은 확대재생산되고, 그 틈을 이용하여 증오산업종사자들은 호황을 누릴 것이다 .

지금 우리는 귀에 좋게 들리는 단어가 나쁜 미래를 만들고 있는 선동임을 수시로 목격하고 있다. 어느새 지방자치보다 지방분권이라는 단어가 사용 중이다. 마치 권력을 견제한다는 의미처럼 좋은 단어로 사용된다. 분권이 되더라도 지방정부의 권력은 어떻게 견제하고 올바르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권력을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것이지 권력자체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통신과 교통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지방균형발전의 열쇠는 SOC투자를 통해 우리나라를 더욱 더 긴밀한 통합체, 효율체로 만드는 것이다. 홍콩과 싱가폴은 도시국가라는 이점으로 쉽게 발전하였다. 이는 내부적으로 긴밀히 결합된 하나의 통합체가 효율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미 높은 수준의 통합을 이루고 있는 대한민국을 잘게 쪼개는 것은 분열이자 국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번에 법률의 위임이 없는 지방자치제도를 만들어 놓는다면, 이는 다시 개헌하기 전까지 국회의 법률로도 돌려 놓을 수 없는 대못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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