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가면, 박제된 80년대 시대정신

원영섭 / 기사승인 : 2018-02-12 13: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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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섭 법률사무소 '집' 대표 변호사
▲ 원영섭 법률사무소 집 대표변호사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의 응원단이 김일성가면을 쓰고 응원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빈 디지털대변인은 김일성가면이라고 지칭한 언론을 향해 기사 삭제와 사과를 요구했다. 통일부는 '잘못된 추정', '북측 스스로가 그런 식으로 절대 표현할 수 없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며 북한의 응원단을 변호했다. 문재인정부는 김일성가면 사태에 대해 북한을 향해 따지기 보단 이의를 제기하는 우리 언론과 여론을 압박하고 있다.

2030세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까?

YS의 3당 합당을 통해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보수우파라는 하나의 항아리에 집어 넣었다. 산업화, 반공으로 상징되는 70년대의 시대정신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보수우파의 색깔이었다. MB는 70년대 건설한국의 성공스토리를 차용했고, 박근혜대통령도 박정희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렇게 보수우파의 시대정신은 70년대에 머물렀다. 더 이상 새로운 것은 나오지 않았다.

매트릭스2에서 시온의 원로의원은 주인공인 니오에게 시온을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장치를 보며 기계를 조작할 수는 있으나 기계가 돌아가는 원리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자유를 이야기 하면, 반공을 이야기 하면, 시장을 이야기하면, 법치를 이야기 하면, 보수우파는 승리했다. 그러나 왜 자유, 반공, 시장, 법치가 다른 가치보다 중요한지 구체적인 정책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 서로는 어떤 관계인지 알지 못한다. 기존의 가치를 잘게 나눠서 분석할 수 없으면, 그 가치들로 새로운 프레임을 짤 수 없다.

박근혜대통령의 탄핵은 오랫동안 보수우파를 지탱했던 70년대 시대정신이 그 수명을 다했음을 보여준다.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대통령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보수우파는 너무나 오래 안주했다. 이제 보수우파는 새로운 프레임을 찾아 나섰고,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하다.

지금 나는 평창올림픽에서 문재인 정부의 박제된 80년대 시대정신을 본다.

세월호때 사람들은 당시 사람이 먼저라고 주장하고, 인권을 이야기하며, 정부에 무한대의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금의 문재인정부에게서 인간미를 느꼈다. 그들이 자주 언급하는 '공동체'라는 단어는 유토피아적인 환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80년대 운동권들은 당시 우리나라를 미국이 세운 괴뢰정부로, 미국을 동맹이 아니라 추방해야 할 제국주의자로 보았으며, 김일성이 통치하는 북한의 공산주의를 숭상하고, 주체사상에 탐닉하든 사람들이었다. 6.25.전쟁이 남한의 북침이라거나 남한이 북한의 침략을 오히려 원했다고 주장하는 80년대 운동권들의 모습은 드문 것이 아니었다.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 사망시 각 대학에서는 분향소가 마련되었고 운동권들은 진심을 다해 애도했다. 또한, 대호황기인 80년대는 경제에 대한 막연한 희망이 가득찬 시대였다. 기회는 차고 넘쳤다. 지금까지 그들은 우리나라 최상부에서 역대 어느 세대도 가지지 못한 기회를 지속적으로 독점하면서도, 그 기회를 주고 있는 대한민국을 나쁜 나라로 오랫동안 비난해 왔다.

나는 평창올림픽에서 미국과 북한을 대하는 문재인정부의 행태가 전혀 놀랍지 않다. 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정의롭고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80년대 시대정신인 종북이야 말로 문재인정부가 태극기와 애국가를 삭제하고, 북한 지도부를 극진히 대접하며, 우리나라 선수의 희생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김일성 가면 사건처럼 북한의 남남갈등전술에 그대로 휩쓸려 가는 진정한 이유다.

그들을 경험 한 적이 없는 2030세대는 평창올림픽에서 어떤 일이 일어 나고 있는 것인지 어리둥절 할 것이다. 지금 2030세대는 공산주의국가가 몰락한 이후의 세대고, 북핵의 위기에 노출된 세대다. 종북은 2030세대가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는 개념이다. 그러기에 2030세대는 운동권에 대해 종북주사파라고 비판하는 우파들의 주장을 철지난 색깔론이라고 생각해 왔다. 어떻게 상식이 있다면 북한을 추종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것이 원래 그들의 모습이다.

2000년대의 새로운 시대정신은 어디쯤 있을까? 곧 2000년대의 시대정신은 박제된 80년대의 시대정신을 밀어내고 뛰쳐나올 것이다. 아니 벌써 우리 바로 옆에 2000년대 시대정신이 서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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