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防患未然편집국장 고하승
  • 시민일보
  • 승인 2002.07.16 17:53
  • 입력 2002.07.16 17:53
  • 댓글 0
방환미연(防患未然). 이는 ‘화를 당하기 전에 재앙을 미리 방지한다’는 뜻이다.

어느 날 부잣집에 객이 찾아들었다. 객은 그 집의 굴뚝이 너무 곧게 세워져 굴뚝을 통해 빨려 나가는 불길이 너무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게다가 굴뚝 바로 옆에는 섶나무가 높게 쌓여 있어서 언제 불길이 번질지 모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객은 주인에게 이렇게 말했다.

“댁의 굴뚝을 옆으로 조금 누이고 그 옆에 쌓아 둔 섶나무를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시오. 그렇지 않으면 언제 화재가 생길지 모릅니다.”

그러나 주인은 그의 말대로 행하지 않고 자기를 옆에서 돌봐주던 집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집사는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 와서 그렇게 쓸데없는 일에 힘쓸 것까지는 없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주인은 객의 말보다 집사의 말을 더 신뢰했다. 그런데 얼마 안가서 그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를 발견한 이웃들이 재빨리 달려와 불을 껐다. 물론 집사도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불을 끄는데 전력을 다했다. 다행히 화재가 진압되고 주인은 이웃 사람들과 집사를 불러 잔치를 베풀었다. 특히 몸을 화재 진압에 공이 큰 집사를 상좌에 앉히고 칭찬을 했다. 하지만 며칠 전 굴뚝을 누이고 섶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말했던 객은 그 자리에 초청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자 좌중에 있던 한 사람이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여보시오, 주인장. 며칠 전 당신에게 건의한 객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렇게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신은 화재진압에 공이 큰 집사를 상좌에 앉히고도 어떻게 곡돌사신(曲突徙薪)의 고마운 뜻은 몰라주시오.”

주인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얼굴이 붉어져 어쩔 줄 몰라하면서, 문을 박차고 나가 그 객을 초청, 가장 높은 자리에 앉혔다. 이것이 방환미연(防患未然)의 어원이다.

지금 민선 3기 자치단체장 4년의 임기 시작과 함께 각 지자체에서는 논공행상식 인사가 단행되고 있다. 민선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선심-전시성 행정, 무분별한 난개발, 중장기적 개발계획 부재등 임기 내내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는 정책들로 그 장점이 퇴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치단체장의 인사전횡으로 인한 폐해는 가장 심각하다.

선거전후에는 반드시 인사가 있기 마련이고 이러한 인사는 선거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실제로 선거를 앞둔 시기에는 측근들을 최전선에 배치하고 선거후에는 논공행상을 따져 영전과 좌천되는 예가 적지 않았다.

공직사회 구성원은 살아남기 위해 정파적 줄서기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과잉충성이 만연하게 되는 것이다. 보다못해 공무원노조가 인사의 공정성을 위해 ‘인사위원회 구성’ 등 여러 가지 제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단체장을 불과 몇이 되지 않는다. 이러다 어찌되려는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공무원노조가 수차에 걸쳐 방환미연(防患未然)의 경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장들은 그 위험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몇몇 특정 부서, 즉 측근 집사들의 의견에 너무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아닐지 한번쯤 진지하게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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