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관오리와 청백리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5-05-15 21: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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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행정부장 이영란 {ILINK:1} “청첩장도 돌리지 않았나봐. 결혼식장도 관내가 아닌 지역의 교회로 잡았더라고. 하객도 별로 없이 식장 분위기가 웬만한 집보다 훨씬 한산하더라니까.”

엊그제 김충용 종로구청장 댁에 혼사가 있었나 보다. 그곳을 다녀온 모 구청장은 김 청장 아들 혼사가 김 청장의 의도로 조촐하게 치러져 의외였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최근 들어 단체장들의 모럴 해저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탓인지 소리 소문 없이 아들 혼사를 치룬 현직 구청장의 이야기에 귀가 쫑긋해졌다.

얼마 전 차녀의 호화 결혼식 때문에 선관위 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등 곤욕을 치룬 다른 현직 구청장 이야기와 너무나 대조적이어서 더 그랬는지 모른다.

권문용 서울 강남구청장은 지난해 차녀를 결혼시키면서 관내에 위치한, 인터콘티넨탈 호텔을 식장으로 잡았다. 하객들에게 제공되는 한 끼 식사 값만 해도 무려 6만원이나 했고 소요된 꽃장식비용이 무려 900여만원에 달하는, 아주 럭셔리한 결혼식이었다.

더구나 강남구청 직원들이 동원돼 접수창구에서 축의금을 받았다는 증언까지 나왔었다.

뿐만 아니다.
강남 구청장 자녀 결혼 소식은 구의원은 물론 직무관련자를 비롯한 관내 웬만한 인사들에게 대량으로 보내진 초청장 때문에 거의 ‘공지사항’ 수준으로 다뤄졌었다.

결국 이일로 인해 권 청장은 선관위는 물론 부패방지위원회에까지 고발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반면 김충용 구청장 자녀 결혼식은 종로 관내도 아닌 타 지역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교회에서 치러졌다. 종로구 주민들은 고사하고 아주 가까운 관계 공무원들조차 모를 만큼 조용히 진행된 행사였다고 한다. 식장 입구에 진열된 화환도 4개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만약 김충용 청장이 공직자가 아니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결혼식 분위기는 이 보다 더 많이 호화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김 청장의 혼사가 조촐했던 것은 형편 때문이 아니라 공사를 구분하고자 하는 혼주의 강한 의지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같다. 누군들 자식의 혼사를 의미있게 공들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혼주가 공인일 경우, 자식사랑을 마음껏 드러낼 수 없는 선택이 옳다.

매사 공직자의 도리와 처세를 우선시해야 하는 사회적 요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김충용 청장은 바른 선택을 한 셈이다.

물론 권문용 구청장측은 사돈인 차모씨 측에서 결혼식 비용을 부담했으며, 청첩장을 돌리지도 않았다고 비공식 해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김충용 구청장은 바보라서 사돈에게 대신 청첩장을 돌리라고 하지 못했을까?
탐관오리와 청백리, 그 차이는 결국 특권의식을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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