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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헌안 ‘대통령 4년 연임제’ 우려
편집국장 고하승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정부형태(권력구조)로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참담한 소식이 들린다.

사실 자문특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개헌안을 마련하는 만큼, 당연히 문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할 것이기에 이 같은 소식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그러나 ‘제왕적대통령제’의 폐단을 척결하기 위해 나라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는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것으로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다.

실제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개헌안 초안에 따르면, 정부형태는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4년 연임제’로 규정했다. 특위는 오는 13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최종 개헌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그런데 과연 현재의 ‘제왕적대통령’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다.

물론 특위의 개헌안에는 ‘제왕적대통령제’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을 독립기구화하고, 국회의 비준동의를 받아야 하는 조약의 대상을 확대하는 등 일부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방안이 담겨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실시하는 특별사면을 독립기구인 사면심사위원회에서 제한할 수 있게 한 것 역시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으로 87년 낡은 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와는 거리가 멀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낡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는 2000년대 초반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터져 나왔었다. 정치권에서도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分散)시키는 정부 형태의 개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 결과 제18대 국회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제1안을 이원정부제, 제2안을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제시했는가하면, 제19대 국회의 헌법개정자문위원회는 권력구조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단일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끝내 분권형 개헌은 이루이지 않았다. 그런데 한 가닥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더 이상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어선 안 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그런 ‘대통령제’를 바꾸지 않겠다고 하니 걱정이다. 제왕적대통령제가 문제라면 그걸 종식하는 권력구조개편이 정답이다. 감사원의 독립기구화 등 형식적인 권한축소는 꼼수에 불과할 뿐이다.

특히 그런 제왕적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이는 5년 임기의 ‘제왕적대통령’을 오히려 8년 임기가 가능한 ‘황제대통령’을 만든다는 점에서 현행 5년 단임제보다도 더 나쁜 제도다. 개헌을 빙자한 ‘개악(改惡)’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제 더 이상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어선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마당이다. 따라서 ‘대통령제’ 유지를 골자로 하는 문재인정부의 개헌안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헌법자문특위 하승수 부위원장이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라고 얘기되는 권력구조도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킨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제라는 형태는 유지하지만 큰 틀에서 대통령 권한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있다”고 밝혔다. 

즉 현행 ‘대통령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대통령의 권한을 조금은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말장난에 불과하다.

제왕적대통령제가 유지되는 것이라면,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조금 나누는 차원의 형식적인 분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권한을 대폭적으로 분산시켜야만 한다. 기왕 개헌을 하려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회에서 지명한 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담당하는 형태의 ‘분권형’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손학규 전민주당 대표가 정계복귀를 하면서 주창한 새로운 ‘제 7공화국’이다. 

다시 말하지만 1987년의 개헌으로 6공화국 체제가 만들어졌으나 역대 정부에서는 어김없이 제왕적 대통령이 등장했고, 그것은 곧바로 정부 실패로 이어졌다. 따라서 개헌을 하려면 이런 권위주의적 패러다임을 벗어나는 분권형 개헌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제2의 박근혜’를 방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부디 문재인정부가 낡은 6공화국 체제의 잔재인 제왕적대통령제를 종식시키고 새로운 7공화국 시대를 여는 분권형 개헌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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