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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한의 캘리그라피 이야기] ‘한국형’ 캘리그라퍼와 한국 캘리그라피 시장
  • 시민일보
  • 승인 2018.03.10 00:48
  • 입력 2018.03.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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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퍼 김진한 

 
   
▲ 캘리그라퍼 김진한
  한국은 지금 ‘한국형’ 캘리그라퍼들로 인해서 의도치 않게 몸살을 앓고 있다.

앞서 작성했던 칼럼(이전칼럼 보기)에서 제기 되었던 문제들로 인해서도 있지만, 한국의 캘리그라피 시장 구조와 니즈에서도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캘리그라피 시장은 점점 줄어가고 있는 동시에, 수준은 높아질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찬찬히 이유를 톺아 보았을 때, 첫 번째로는 유행에만 편승하려는 습성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광고에 쓰여서 유명해진 캘리그라피 글씨체를 그 후에도 계속해서 사용하려는 경우가 생겨서 외주를 받는 캘리그라퍼에겐 강제로 한가지 글씨체만 뽑아내야 하는, 그리고 외주를 맡기는 업체의 경우에는 이미 한번 맡겨서 잘 된 선례가 있는 사람을 뽑는게 편해서 그 사람에게 계속 글씨를 맡기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된다.

 업체의 경우에는 갑작스럽게 다른 글씨가 필요할 때 정작 늘상 맡기던 캘리그라퍼 업체가 원하는 다른 캘리그라피 분야를 하지 못하는 경우엔 급하게 다른 캘리그라퍼를 찾아야 하고,
 
작가의 경우에는 포트폴리오는 켜켜이 쌓일지 모르겠으나 글자들의 스타일이 한결 같고, 어디선가 본 스타일일 경우가 태반일 것이다. 자기 글씨임에도 남이 어디선가 썼던 것 같은 글씨가 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의 작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신진 작가, 혹은 다른 분야의 캘리그라피 작가들은 그저 손가락만 빨게 되거나 혹은 캘리그라퍼로서의 길을 포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일을 받는 사람만 받게 되니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의 유입은 없고, 그렇다 보니 새로운 글씨를 쓰는 사람도 없게 되어가는 것이다.

일명 ‘고인 물’이 한국의 캘리그라피 시장에도 생긴 것이다.
 
캘리그라피 시장이 줄어가는데 한 몫 하는 두 번째 이유로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없고, 그로 인한 외주 가격의 붕괴 현상이 일어난다.
 
이 또한 한국의 폐습에서 출발하게 되는데 바로 ‘어떻게든 값을 깍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된다. 물건이나 노동력을 구입하는데에 있어서 정당한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에서도 말이다.
 
비록 공인 자격증이 없는 캘리그라퍼라지만 분명하게 ‘수준’은 일반인도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나뉘어져 있고, 당연스럽게도 실력이 더 있는 사람들은 일을 했을 때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본인의 삯을 아마추어들보다 더 높게 부르게 된다.
 
하지만 첫 번째 이유에서 적었던 것처럼 굳이 새로운 글씨를 찾아야 하는 일이 없어지고, 남의 글씨를 복사하듯 따라 적는 것은 아마추어 캘리그라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서 업체는 비용이 덜 들고, 어차피 카피캣이라도 주변에서 이미 모두 그런 식으로 소위 ‘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너도나도 프로보다 싼 아마추어를 찾거나, 아마추어 작가와 비교하며 단가를 내려달라고 대놓고 무례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 저작물 사용 최저단가표
             (이 최저단가만큼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

점점 줄어가는 시장의 규모와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들만 작가로서의 활동을 금전적인 문제로 시달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마당에 단가를 낮춰달라는 요구를 거부하면 업체와 지속적으로 컨텍하던 사람일지라도 업체와의 컨텍이 끊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본인의 수준보다 낮은 단가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업체에 숙이고 들어가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거나, 혹은 단가를 낮추지 않아 결국 본인의 생계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외주가격의 붕괴 현상 때문에 더 많은 프로와 아마추어 작가들이 제 살 깍아 먹기 식의 경쟁을 계속 해서 결국 모두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캘리그라피 시장의 수준이 높아질 수 없는 이유 세 번째로는
바로 다른 문화 예술계에도 만연한 ‘연줄타기’와 ‘인맥’들로 인한 ‘실력자의 배제’이다.
 
한국에는 수많은 캘리그라피 단체, 동호회, 모임들이 있고, 각각의 단체마다 자격증도 배급한다.
 
일반적으로 자격증이라 하면 일정 수준의 실력자임을 증명하는 증표같은 개념이어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자격증은 거의 그 단체나 모임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프리패스’의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자격증을 취득한 후 시간을 들여 각자의 단체에 속해서 ‘연줄타기’ 혹은 ‘인맥 관리’만 잘해도 소위 말하는 ‘작가’행세를 실력 여부에 상관 없이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업체 또한 어느 단체 소속의 어떤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사람에게 신뢰도에서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어 일거리를 맡기게 되는 수순을 밟게 되는데, 이런 결과는 결국 실력이 있음에도 특정 단체 소속이 아니어서, 인맥이 없어서 공모전에 탈락하거나, 일거리를 넘겨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한 세가지 이유로 한국 캘리그라피 업계는 결국 몇몇 사람들만 일을 독식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인해 신진 작가들은 발조차도 담가보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거나, 제 살 깍아먹기 경쟁 체제로 돌입해 다른 작가들과 같이 단가를 계속 깍아 내려가는 선택을 하게 됐다.
 
또 캘리그라피 시장 속 외주 업체들은 ‘어차피 이런 거 할텐데’라는 생각에 늘 같은 글씨만을 요구하게 되고,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단가를 낮춰주는 작가들을 상대로 더 낮은 가격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악순환과 폐습을 고치려면 결국 제일 베이스가 되는 시민 의식부터 고쳐야 할 필요가 있고, 작가들의 프라이드를 지켜줄 업체들의 등장과 함께 작가들 또한 자신의 글씨에 안주하거나 남의 글씨를 모방하지만 말고 새로운 것을 찾고, 창조해내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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