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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잠행’에 유승민은 ‘미적미적’...왜?
   
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 내부의 갈등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아무래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구성원 간에 보이지 않는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당초 3월 초에 당무 복귀가 예상됐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잠행이 길어지고 있지만 유승민 공동대표는 천하태평이다. 그를 끌어안을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는 것 같다.

12일 열린 최고위원회 사전회의에서는 당무에 복귀하지 않은 안 전 대표의 거취를 묻는 질문과 함께 안 전 대표의 등판을 위해 유승민 대표가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유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떤 타이틀이든 안 전 대표가 당을 위해 복귀한다면 환영한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정작 그의 등판을 위해 당 대표로서 취할 행동은 전혀 보이지 않고,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 대표는 안 전 대표의 당무복귀를 위한 회동은 물론 공개적인 등판요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유 대표는 최고위 직후 안 전 대표의 등판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안 전 대표) 본인의 결심이 중요하다"고 잘라 말했다. 안 전 대표 스스로 어떤 역할을 맡을지 먼저 결심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양당통합 과정에서 대표직을 스스로 내려놓았기 때문에 당의 적극적인 요청 없이 본인이 먼저 당무에 복귀하겠다고 나서면 모양새가 이상할 수 있다.

특히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선택인데도, 당의 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출마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이 안철수 전 대표 입장에선 그리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지난 8일 수도권 원외 지역위원장 간담회에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은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유승민 박주선 두 대표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두 대표’라고 말했지만 사실상 유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왜냐하면 박주선 대표는 이미 안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런 목소리가 있다고 전달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선대위원장이든, 아니면 서울시장 후보든 유승민 대표가 공개적으로 요청해 달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유승민 대표는 여전히 ‘안철수 등판론’에 대해 소극적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안 전 대표가 당의 요청을 수용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유승민 대표의 동반 출마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6·13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있는 원외 지역위원장 및 예비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유 대표도 적극적으로 나서라", "유 대표에게도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유승민 경기지사 출마'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유승민 대표는 지방선거에 나설 뜻이 전혀 없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해 “기회가 되면 대권에 도전할 생각”이라며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당선 되면 임기 도중에 걷어차고 대선에 나서는 건 도리가 아니라”라고 일축했다.

유 대표는 전날에도 자신의 경기지사 출마설에 대해 “출마하지 않겠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아마도 유 대표는 안 전 대표가 당의 요청을 수용해 서울시장에 출마할 경우, 자신을 향해 경기지사 출마를 요구하는 당내 요구를 마냥 일축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안 전 대표가 스스로 원해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에는 그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안철수 전 대표는 유승민 대표의 등판요구를 기다리는 반면, 유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스스로 출마선언하거나 당직을 요청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스스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할 경우 당선되더라도 차기 대권도전을 하는데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선 차기대권도전이 원천봉쇄 당할 수도 있다.

이런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면 피해보는 쪽은 결국 바른미래당 후보로 6.13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바른미래당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 아닌가.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길은 단 하나 뿐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고, 유승민 대표는 경기도지사, 박주선 대표는 광주시장 후보로 나서서 바른미래당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하면, 정치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자들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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