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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정은, 고르바초프가 될 수 없다
  • 이진원 기자
  • 승인 2018.03.19 23:20
  • 입력 2018.03.19 23:20
  • 댓글 0
정치행정부 이진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4월에는 문재인 대통령, 5월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이 김정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과거 6.15 선언 및 10.4 선언보다도 한층 더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30여년 전에도 공산권의 한 지도자가 파격 행보를 보였다. 그는 바로 소비에트 연방의 공산당 서기장이었으며, 대통령을 지낸 미하일 고르바초프였다.
 
1985년 3월 서기장이 된 고르바초프는 위기상황에 놓인 소련을 살려내기 위해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가 필요하며,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글라스노스트(개방)가 필요하다”고 외치면서 개혁개방의 길을 걸었다.
 
아울러 그는 스탈린 시절 이후 감춰져 왔던 정보들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 정보들 속에는 과거 권력계층이 한 잘못들도 섞여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핵 전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면서 “핵 전쟁은 세계를 파멸로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피력한 후 1987년 12월 미소정상회담을 열고 ‘중거리 핵 폐기 협정’을 체결하기까지 했다.
 
그런 고르바초프의 정치활동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 고위 관료들이 결국에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휴가를 떠난 고르바초프를 감금하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르바초프는 굴복하지 않는 용기를 보였고, 러시아 민중들의 지지를 받아 러시아와 동구권 국가들의 민주주의를 이식한 혁명가가 됐다.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 소정의 성과를 거두길 원한다면 진정 고르바초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회담에 임해야 할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그와 같은 진정성 있는 행보를 한다면 분명 통일을 향한 남북관계에는 진전이 있을 것이다.
 
다만, 현 시점에서 ‘김정은이 고르바초프의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인가’ 반문 해볼 때 필자의 생각 속엔 ‘아니다’란 말이 메아리치는 것이 사실이다.
 
고르바초프는 무너져 가는 사회주의에 환멸을 느끼고 민주주의를 받아드리려 했지만, 현재 김정은의 행보에서는 도통 민주주의를 받아들여야겠다는 의지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채널들을 통해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체제보장인 즉 ‘북한식 사회주의’를 표방하겠다는 것인데, 추진력을 잃어버린, 모순으로 가득 찬 북한식 사회주의 아래에서는 개혁개방정책을 추구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고르바초프는 쿠데타의 위협을 무릅쓰고도 소련시대의 묵은 적폐를 청산했는데, 김정은이 북한내 적폐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정치범수용소를 폐쇄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볼 때 이를 수용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 목숨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 김정은이 개혁개방정책으로 인해 닥쳐올 군 수뇌부 쿠데타 등에도 죽기를 각오하고 맞설 재목인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마치 김정은이 고르바초프와 같은 결단을 내리기라도 한 듯 ‘남북관계의 청신호’가 켜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의 분위기는 데탕트(detente)의 시대를 넘어,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된 그때의 분위기다.
 
그런 중 트럼프 행정부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북한과의 대화에 긍정의 의사를 내비치는 반면, 그들에 대한 압박수위를 강하게 높여가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 물망에 전직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월터 샤프 장군과 재임스 서먼 장군이 등장하고 있으며, 한미연합사령관 후보군으로도 맥마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강력한 대북제재를 기조로 하는 ‘매파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 언론을 통해 바그다드를 함락시켰던 미3사단 병력이 순환배치로 한국에 주둔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김정은은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가 아닌, 4월 중 진행되는 한미연합훈련기간 항공모함을 비롯한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예방타격’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을 먹고, 회담을 통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 이를 막으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경제위기 속에서 소련 민중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개혁개방을 외쳤던 고르바초프처럼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 백기투항을 하고자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한미정상회담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밝힌 김정은은 행보를 볼 때 민중의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고르바초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이점에 유의해 정부당국은 ‘플랜A’ 실패 시 진행할 ‘플랜B’를 마련하는데도 집중해야한다.
 

이진원 기자  yjw@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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