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05-05-22 21: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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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 란 정치행정부장 {ILINK:1} 어찌된 연유에서인지 ‘길 찾기’에 관한 한 거의 치매 수준인 내 별명 중 하나는 ‘길치’다. 길을 떠날 때마다 노이로제 증세를 일으킬 만큼 길을 찾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처음 가는 길은 물론이고 몇 번 다녀온 길조차 방향을 잃고 헤매기 일쑤이니 할말이 없다.

그런데 혹여 동행한 사람이 길을 찾지 못하는 경우, 그 때마다 거의 비이성적 수준으로 ‘길’을 못 찾는 상대를 닦달하는 것이 또한 내 모습이다.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길치’ 증세는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한 친구는 “평소 자신이 길을 잘 찾지 못하는 콤플렉스의 역작용”이라고 지적했었다.

그 친구의 지적을 똑같이 적용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

바로 또 다시 시대와의 불화를 자초하고 나선 소설가 이문열씨다.

지난 20일 재미 서울대 총동창회 초청 강연연설을 통해 전해진 그의 몇 가지 코멘트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씨는 워싱턴 인근 페어뷰 파크 매리어트 호텔에서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이념적 주소‘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소개하면서 국내 정치 현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촛불시위와 관련, “10만 명씩의 시위대를 동원할 수 있는 용공세력 내지 반미를 부추기는 조직과 자금”에 대한 한 참석자의 궁금증 앞에 그는 참으로 위험천만한 견해를 내놓았다.

‘당시 촛불집회 참여 인파 중 북한과 직접 커넥션이 있거나 사상적으로 완전히 그쪽에 동조한 사람은 많아도 10만명 중 2~3천명이 넘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나머지는 자기가 뭘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고, 뭘 하는지 알기는 알고 그래서 뭔가 잘못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좋다라고 하면서 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사람들이 다수’라고 규정한 것이다.

지식인의 현실참여는 침묵보다 더 높은 가치로 평가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그의 거침없는 현실정치에 대한 논평을 평가절하고 싶은 의도는 추호도 없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표현한 ‘고의적인 시비걸기’에서 아주 큰 잘못을 저질렀다.

대다수 국민의 인격을 무시한 독불장군식 ‘독설’로 횡포를 부린 것이다.

그는 발언에 앞서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자신의 신분과 균형감각을 우선적으로 배려했어야 하는데 전혀 이 두 가지를 고려한 흔적이 없다.

그가 경기도 최근 들어 이천에서 칩거하면서 소수의 사람들로부터만 세상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는 근황이 들린다. 그렇다면 그의 편협함의 근원은 새롭게 변화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과거의 잣대로만 현재를 재단하려는 어리석음인지 모른다. 아니면 평생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레드콤플렉스의 부작용인지도 모른다.

중립적인 감각도 못 잡는 공인의 처세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 폐해가 어디로 가는가. 고스란히 불쌍한 국민 몫으로 남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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