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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기식의 ‘내로남불’
편집국장 고하승
   



이른바 ‘황제외유’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과 그를 엄호하는 청와대의 태도가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

김 원장은 정무위원회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5월, 정무위원회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원을 받아 9박10일 일정으로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 등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왔으며, KIEP는 그의 출장비용 3077만원 전액을 부담했다. 

KIEP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출장목적에 대해 ‘국회 결산 심사를 앞두고 김기식 의원에게 의견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돼있다.

한마디로 김 원장에게 로비할 목적으로 KIEP가 출장비 3077만원 전액을 부담했다는 것이다.

또한 2015년 5월에는 동행한 동료의원 없이 혼자 2박4일 일정으로 중국의 우리은행 충칭(中慶) 분점 개점행사에 참석한 후 우리은행이 인도에 낼 새 점포 후보지를 방문했다. 중국·인도 해외출장비용 480만원 전액은 우리은행 한국 본점에서 지원했다. 당시 김 원장은 우리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김 원장은 2014년 3월 24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보좌관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로 해외출장을 다녀왔는데, 항공비 2050달러(약 217만원), 숙박비, 식비 등은 전액 한국거래소(KRX)가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김기식 원장이 2007년 참여연대 사무총장 시절 포스코의 지원을 받아 1년간 해외연수에 다녀왔다는 점이다. 재벌 대기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사무총장이 대기업 돈을 받아 미국 연수를 다녀온 것이다.

피감기관의 돈을 받고 해외출장을 간다거나 피감기관도 아닌 민간은행의 돈을 받아 출장을 간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김 원장은 오늘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지적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로비성은 전혀 아니다"라며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전면 부정했다.

그러면서 "19대 국회까지는 국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부분이 있다"며 ‘관행’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행태 또한 가관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그동안 김 원장의 해외출장들은 모두 적법했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종석 비서실장 지시에 따라 6일부터 9일까지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 내용을 확인했는데, 그 결과 의혹이 제기된 해외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이고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으나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걸로 판단 내렸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의 태도나 청와대의 해명이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이른바 '김기식 방지법'까지 등장했겠는가.

실제로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 중 고위 공직자로 임용되거나 취임하기 전 3년 이내의 민간부문 업무활동에 대한 명세서를 공개토록 규정한 부분은 김 원장을 정조준 한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현 정권과 연정을 기대하는 평화민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김 원장의 뇌물 외유가 관행이라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가져다 쓴 것도 관행”이라며 “검찰은 뇌물죄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지 법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초 김 원장 임명을 환영하며 기대감을 표시했던 정의당도 "날선 개혁의 칼을 들어야하는 입장에서 뚜렷이 드러나는 흠결을 안고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논평을 냈다.

이쯤 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김 원장의 임명을 스스로 철회하는 게 맞다. 그런 모습이 대통령 인사권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면, 김 원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방안도 좋을 듯싶다.

아무튼 이대로 그냥 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과거 정권에 대해선 ‘적폐청산’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내 품안에 있는 ‘적폐’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는 ‘내로남불’식의 국정운영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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