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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견제가 필요하다
편집국장 고하승
   



현 집권세력의 독단이 도를 넘어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야당이 지리멸렬한 탓이다. 

실제 ‘적폐’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바른미래당과 평화민주당 등 다른 야당들도 그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견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내달린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방송법개정안 문제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이른바 ‘황제외유’ 논란이다.

방송법개정안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016년 민주당과 정의당, 국민의당 의원 등 모두 162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 116명 전원이 서명에 동참했음은 물론이다.

당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홍근 의원은 “공정한 언론이 있었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을 막았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를 강력 주장했었다. 심지어 민주당 의원들은 방송법개정안 처리를 위해 100여개가 넘는 민생법안을 인질로 잡고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었다.

대체 방송법개정안이 무엇이기에 민주당이 그토록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것일까?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다수결이었던 이사회의 공영방송 사장 선출을 특별다수제(이사진 3분의 2 의결)로 바꾼 것이다. 이사회 구성도 여당 추천 7인과 야당 추천 6인으로 조정했다. 현행 방송법에는 이사회 구성은 여당 추천 인사의 수가 야당 추천 인사보다 2배(6대 3) 많아 집권세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걸 막을 수가 없다. 하지만 방송법이 개정되면 야당의 동의 없이는 사장 선출이 불가능하다.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길이 차단되는 셈이다.

그런데 야당 시절 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은 막상 자신들이 여당이 되자 유보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안이 통과되면 소신 없는 사람이 사장에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더니 민주당이 딱 그 꼴”이라며 “야당을 할 때는 정권이 언론 장악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더니, 이제 청와대에 들어가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생각이 싹 바뀐 모양”이라고 쓴 소리를 쏟아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방송장악으로 눈과 귀를 가리고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무시해 공영방송을 망치게 했던 과거 정권의 두 대통령의 말로가 어떻게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방송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은 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과 방송법 개정안을 함께 발의했다”며 “그러나 여당이 된 지금 민주당이 당시 제출했던 법안을 이제 와서 수용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오히려 KBS와 MBC 등 공영방송 사장 선임을 공론화위원회에 맞긴 뒤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의 ‘새 방송법 개정안’을 야당에 제시하는 등 당초 자신들이 주축이 되어 발의한 방송법개정안을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분명히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음에도 무능한 야당이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김기식 금감원장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야당이 ‘로비성 외유’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김기식 원장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 한편 ‘국정조사 관철’의지를 밝히는 등 총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청와대는 눈도 깜작하지 않는다.

실제 청와대는 김 원장에 대한 무수히 많은 의혹을 일축하면서 오히려 ‘관례’라며 그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기까지 했다.

제1야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등 모든 야당의 지지율이 너무 낮아 그 존재감이 미미한 까닭에 야당의 비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호가 침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그렇다면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가 직접 집권세력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오만한 정부와 여당의 독선에 대해선 제동을 걸고, 무능한 야당의 발목잡기에 대해선 회초리를 드는 현명한 유권자의 판단이 따라야 하다는 뜻이다.

그나저나 유권자가 야당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이 같은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모쪼록 6.13 지방선거 이후 범야권의 정계개편을 통해 유권자가 안심할 수 있는 정치구도가 새롭게 짜이기를 바란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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