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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 ‘난기류 조짐’ 심상치 않다
편집국장 고하승
   



4.27 남북정상 회담을 지켜본 우리 국민은 한껏 들뜬 분위기 속에서 당연히 북한의 ‘핵 폐기’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믿고 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연루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바로 북한의 즉각적인 ‘핵 폐기 조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심상치 않아 보인다.

아무래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물밑 조율과정에 어떤 문제가 불거진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JCPOA) 탈퇴를 공식 선언한 것도 좋지 않은 징후 가운데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합의 파기를 통해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한 것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김정은에 대해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 핵협정 탈퇴는)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며 "다가올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란 핵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은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다른 나라들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협정이 결국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막지 못한 채, 제재만 풀어준 꼴이 되었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따라서 북한과는 그런 식의 합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다급하게 북중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지난 7일과 8일 중국 다롄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난 것도 불길한 징후다. 

아마도 미국이 김정은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완전 핵폐기’를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를 했고, 이에 다급한 김정은이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다롄으로 달려가 시진핑을 만났을 것이다.

그러면 김정은이 생각하는 대응책은 무엇일까?

김정은은 지난 7일 중국을 방문해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방침을 재차 강조했고, 시진핑은 그런 김정은의 방침을 트럼프에게 전했다.

한마디로 핵을 즉각적으로 완전하게 폐기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조금씩 폐기절차를 밟아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핵을 폐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북한은 10년 전에도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며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전 세계에 공개해 놓고는 비밀리에 핵무기기 개발을 계속한 범죄이력이 있는 국가다. 김정은이 말하는 단계적 비핵화는 그래서 더더욱 믿기 어렵다.

미국 국무부도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접근은 지금까지 모두 실패했다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 비핵화 협상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 접근은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미정상회담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이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를 요구한 것에 대해 "작은 이익들을 이루고자 (회담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한마디로 ‘완전한 핵폐기’가 아닌 ‘단계적 핵폐기’를 위한 북미회담은 없다는 것이다.

북미회담이 무산되거나 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김정은의 핵 폐기를 기대했던 우리 국민은 허탈감에 빠질 것이고, ‘평화의 봄’을 기대했던 한반도는 급속하게 얼어붙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떡 줄 사람은 생각조차 않는데 미리 김칫국부터 마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김정은은 핵 폐기에 대해선 손톱만큼도 생각을 않고 있는데, 우리만 기대감에 들떠 성사되지 않을 남북교류의 화려한 장밋빛 청사진부터 그려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제는 감성이 아니라 이성의 눈으로 남북관계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신중하게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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