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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손학규다”
편집국장 고하승
   



“안철수가 달라졌어요.”

이는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초청 관훈토론회를 지켜본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 사람의 평가다.

최근 박원순 캠프의 특보로 임명된 그는 “막연한 예감이지만, 안철수 후보가 일을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을 갈아타야 하는지 고민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정말 안철수가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울시장 선거분위기에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제1차 선대위 회의에서 “어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원순 시장이 50%대 이하로 내려갔고 안 후보는 20%를 넘겼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변화는 조금씩 일고 있다”며 안철수 후보의 승리를 확신했다. 

특히 손 위원장은 전날 안 후보가 참석한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대해 “안 후보가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고 평가하면서 “오늘은 관훈토론회, 내일은 4자간 KBS 토론회가 있으니 이제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장담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토론회가 안철수의 점수를 깎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장 판세를 흔드는 요인은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사실 바른미래당은 서울 송파을과 노원병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공천갈등으로 인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좀처럼 갈등이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지방선거 이후 결국 안철수계와 유승민계가 각각 딴살림을 차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었다. 거대한 패권양당과 맞서 싸우려면, 양측이 일치단결해도 어려운 판에 이 같은 내부갈등 소식은 바른미래당 간판을 달고 나서는 후보들로 하여금 아예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접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출마포기를 생각해 봐야겠다는 후보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런데 기적과도 같은 반전이 나타났다.

손학규 선대위원장과 안철수 후보, 유승민.박주선 대표 등 4인의 핵심인사들이 지난 27일 ‘막걸리 회동’을 갖고 공천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털어내고 의기투합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모임은 손 위원장이 안 후보와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에게 제안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특히 손 위원장이 유 공동대표와 안 후보에게 '화합 행보'를 제안하자 이들은 즉석에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 공동대표가 안 후보의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응원차 나선 것이나 안 후보가 서울 노원병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바른정당 출신의 이준석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찾은 것이 바로 그런 행보의 일환이다.

이로 인해 내부갈등은 일단 수면 하에 가라앉았고, 그것이 바른미래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천갈등의 최대피해자는 손학규 위원장이다. 송파을 출마의사를 밝힌 것도 ‘선당후사’ 때문이었고, 하루 만에 출마의사를 접은 것도 ‘선당후사’ 때문이었다. 즉 출마든 불출마든 자신보다 안철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결정을 했다는 뜻이다. 그래야 바른미래당이 제3의 정당으로 우뚝 서고,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피해를 입은 손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막걸리 회동’을 하도록 하고, 당내 화합을 이루었다는 건 정말 대단한 포용력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손 위원장의 역할로 안철수만 변한 것이 아니라 바른미래당까지 변한 셈이다.

그러고 보니 ‘만일 손학규가 없었으면 바른미래당은 어떻게 선거를 치렀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바른미래당은 수도권 지역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고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가 ‘선당후사’를 강조하며 일찌감치 서울시장 선거 출마의지를 밝혔음에도 인근 경기도와 인천에서는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서겠다는 유력 인사가 없었다.

이에 따라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김영환 전 의원과 문병호 전 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을 불러 ‘당을 위한 희생의 결단’을 요구하며, 경기도지사 후보와 인천시장 후보로 나서달라고 호소했고, 결국 그들의 출마를 이끌어 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안철수 서울시장, 김영환 경기도지사, 문병호 인천시장 후보라는 이른바 ‘수도권 3각 편대’를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은 바른미래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것은 경륜 있는 한 정치인의 희생적인 결단, 지혜로운 판단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바른미래당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는 점이다. 역시 손학규다.

(이날 손 위원장이 언급한 여론조사는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6~27일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5%p이고, 응답률 14.7%이며,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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