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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쳤나?
편집국장 고하승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가 북한의 핵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오히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입장을 밝혀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실제 한·미 간 협의 과정에서 사실상 훈련 중단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즉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체제 안전 보장의 하나로 훈련 중단을 요구했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3월 우리 특사단을 만났을 때는 "통상적 수준의 한·미 훈련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북 매체 등을 통해 끊임없이 한·미 연합 중단을 요구해 왔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은 13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연합훈련을 중지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는 내용을 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조미(북미)관계의 새 역사를 개척한 세기적 만남 - 역사상 첫 조미수뇌상봉과 회담 진행'이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김 위원장이)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지역과 세계평화와 안전보장에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했다.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미합중국 대통령이 이에 이해를 표시하면서 조미 사이에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이 진척되는데 따라 대조선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북한 중앙통신이 밝힌 ‘관계개선이 진척되는데 따라 대조선제재 해재’라는 것은 그동안 미국이 주장했던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사실상 포기하고 중국이 주장해왔던 ‘쌍중단’제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부터 약속해 버린 트럼프 대통령의 미숙한 외교는 미국 내에서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북미 공동 합의문에 비핵화 시간표는 물론 검증 등에 대한 합의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여론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포기 시기와 방식이 명시되지 않은 데 실망감을 나타냈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과의 어떤 과거 합의도 이번 공동성명보다 모호하고 약한 것은 없다”면서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이 CVID를 추구한다는 기존 입장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데이비드 맥스웰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승자로 평가하고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적법성과 존중을 얻었으며, 잠재적으로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게 됐다"고 비아냥거렸다.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결국 ‘쌍중단’을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은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자는 것이다.

특히 맥스웰 연구원은 “한미 군사훈련을 멈춘다면, 미군의 전쟁억제력을 떨어뜨려 국가 안보를 훼손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끊으려는 북한의 오랜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의회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북한의 독재 정권만 이롭게 했다는 비판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얻은 것은 모호하고 검증 가능하지 않은 반면 북한이 얻은 것은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워드 마키 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보다 더 약한 합의를 도출했다”면서 “공동성명에는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정의조차 설명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는 허점이 너무 커 북한의 핵미사일이 뚫고 지나갈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제프 머클리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성명에서 “이번 회담은 엄청난 실패였다”며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과 동급인 국제무대에 함께 서고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구체적인 혜택을 얻음으로써 엄청난 승리를 안았다. 그러나 미국은 그 대가로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폐기 시간표와 과정, 그리고 검증 약속도 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의원에게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현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대신 미래의 전략무기를 제한하는 합의는 용납할 수 없는 결과”라면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정권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믿지 않는 이상 북한은 이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체 이런 엉터리 같은 정상회담을 왜 했는지, 그리고 그처럼 황당한 합의를 왜 했는지, 누가 그런 결과가 나오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했는지, 훗날 역사가 냉정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고하승  gohs@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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