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병 수준도 안되는 트럼프의 군사지식

조갑제 / 기사승인 : 2018-06-14 13:5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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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미국 여론, 언론 및 국회가 들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 김정은을 ‘믿을 수 있다, 유능한 사람이다’라고 극찬하면서 사인한 문서를 읽어보았더니,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것이다. 딜 메이커, 즉 ‘절대 손해 보지 않을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주는 것은 많고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반응이다. ‘놀랍다, 경악스럽다’ 등의 표현이 언론에 많이 등장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정통언론의 보도는 한결같이 비판적이다. 좋은 그림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림이 좋아서 박수를 쳤는데 문서를 보니 내용이 없다, 내용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북한에 퍼주기만 하고 손에 잡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런 내용을 가장 잘 요약한 사람이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그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숙원사업에 몇 가지 승리를 안겨주고 얻은 것은 없다. 무엇을 주었느냐?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는 명성, 국제제재 완화. 더구나 한미군사훈련을 중단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대북(對北) 협상력도, 동맹의 결속력도 약화시키게 되었으며, 얻은 것은 핵 협상을 시작한다는 애매한 약속 정도에 불과하다”고 요약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내용이 더 드러나 봐야겠지만 지금 드러난 내용으로서는 이것이 왜 성과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런 걱정을 요약한 사람이 ‘조셉 윤’이다. 그는 몇 달 전까지도 미 국무부의 대북(對北) 담당자였다. 가장 최근까지 일한 실무 전문가다. 그는 공직에서 물러나서인지 솔직하게 이렇게 말했다. “굉장히 실망스럽다. 김정은의 진정성이 문서에 들어있지 않다. 트럼프는 그를 믿을 수 있다고 수차례 얘기해왔는데 그럼 그것이 문서화되어야 할 것 아닌가. 문서에는 없다. 성공했다고 볼만한 게 아무것도 없다”.

특히 트럼프가 얘기한 것 중 미국 언론 및 정치인들이 문제삼 고 있는 것은 ‘Provocative(도발적)’라는 표현이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남침 및 핵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도발적이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해오던 말을 트럼프가 그냥 받아서 한미동맹에 던져버렸다.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또한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으로는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사전 논의도 하지 않았다, 국방부도 몰랐던 것 같다. 물론 마티스 장관이 통보를 받은 것처럼 대변인이 대신 얘기하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평가이다.

인권논의가 있었다고 말은 하지만 기록에는 없다. 말만 하면 뭐하는가? 문서로 남겨야 할 것 아닌가.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상대로 매우 특별한 유대감(very special bond라고 표현)을 갖게 되었다고 했는데, 어떻게 김정은을 한번 만나고는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존재로 얘기할 수 있는가, 비판했다. 이런 전문적인 분석도 덧붙였다. “폼페이오가 이끄는 실무팀이 북한과 합의를 못하니까, 대통령도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잘못된 분석 같다. 대통령이 ‘회담은 성공해야 한다’고 하도 되풀이를 하니, 실무팀의 입장이 약화되어 북한 팀을 상대로 강하게 나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탑다운 식으로 ‘위대한 만남이 되어야 한다’며 결론부터 결정해 놓으니, 실무팀은 여기에 맞춰 많은 것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민주당만 트럼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공화당 국회의원들도 상당히 비판적이다. 이런 언론 표현도 있다. “트럼프는 당했다”, ‘be snookered’라는 상당히 속어적 표현까지 써서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그야말로 당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메렌디스 뉴저지 출신 상원의원은 “벌써 북한은 성공했다. 정권의 정당성을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 트럼프는 최대 압박정책과 제재를 스스로 약화시켰다.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중국은 대북(對北)제재를 조정하자고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 시절 NSC 백악관 안보회의의 아시아 담당이었던 마이클 그린 씨는 “이것이 제대로 된 협상이었다면, 김정은이 핵을 몇 개 가지고 있는지 고백부터 해야 하고, 플루토늄과 우라늄 생산 중단, 그리고 IAEA, 즉 국제원자력기구가 몇 년에 걸쳐 검증해야 하는 지, 몇 년이 걸릴지 예상했어야 했다. 그러려면 과학자들을 많이 모았어야 했는데 그런 준비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회담을 한 것이다. 이번 합의문을 보면 NPT 복귀, IAEA사찰에 대한 어떤 언급도 없다”고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그동안의 성향으로 봐서, 트럼프의 돌출행동에 상당히 불만이 많을 것이다. 그가 공화당 의원들과 식사를 했는데, 거기서 나온 얘기를 공화당 의원들이 외부에 알리는 과정에서 혼선이 생겼다. 공화당 의원들이 ‘펜스는 한미군사훈련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했다’고 펜스의 입장을 전했더니, 펜스 부통령 측은 “지금 현재 진행 중인 통상적인 훈련은 하되, War Game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는데, 그것이 너무 뭉뚱그려져서 전해졌다”고 해명했다.

주한미군사령부의 제니스 로벳 여성 대령은 “아직까지 상부로부터 지침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것은 국방부와의 사전 논의 없이 김정은 앞에서 트럼프가 한미군사훈련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부터 한 것이며, 동맹국과 국방부에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부터 한 것이 된다. 이게 군통수권자인가? 구멍가게 주인도 이렇게는 안할 것이다. 혹시 트럼프에 대해 아직도 기대하고 있는 한국 사람이 있다면 ‘트럼프가 비정상적이다’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말을 수시로 바꾸면서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정상적이지 않고, 쇼를 하고 거짓말 하는 사람이 절대 공산주의자를 이길 수 없다. 공산당을 이기려면 정직해야 한다. 또한 저들의 이념을 부술 만한 또 다른 신념체계가 있어야 한다. 그 핵심은 자유다. 자유에 대한 사랑이다. 트럼프는 이것이 없는 사람이다. 진실, 정의, 자유가 실종된 트럼프가 대한민국을 대신해서 김정은의 팔을 비틀 것이라고 기대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

조니 에런스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점잖게 이렇게 평했다. “현명하지 못했다. 합법적인 군사훈련을 왜 중단하는가”. 트럼프는 동맹국을 배신하고 적에게 굴종한 것이다.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동맹국만 배신한 것이 아니고, 미국 언론과 여론, 즉 미국 국민들을 배신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미국 군인 5만 4000명이 죽고 10만 여명이 다쳤다.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기념물에 새겨진 글이 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라는 조국의 부름에 응한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게 지킨 대한민국인데 트럼프는 한미군사훈련을 중단시켜서 전쟁범죄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행동을 했다. ‘난 평생 이런 회담에 준비되어 있다’고 큰 소리 치면서 회담에 임했는데, 허무하게 무너졌다. 왜 무너졌을까? 허영심 때문이다. 권력자의 허영심은 반드시 파멸로 몰고간다. 권력자는 권력만 가져야지 거기에 명예까지 욕심내면서 노벨평화상에 목을 매다가 망한다. 이 노벨평화상이 두 나라를 망칠 것 같다. 키신저의 노벨평화상이 월남을 망가뜨렸고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욕심이 한국을, 그리고 미국까지 곤란에 빠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외에도 ‘평화, 번영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데 핵폐기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내용이 없느냐, 김정은을 그렇게 믿는다면서 왜 문서화 된 것이 하나도 없느냐, 받은 것 없이 주는 것은 왜 이렇게 많은가’하는 언론의 반응이 많다. 트럼프는 그동안 입만 열면 ‘북한 핵문제를 망친 것은 오바마, 부시 대통령’이라고 비난을 해왔는데, 정작 어제 드러난 합의문은 부시 행정부 시절 6자 회담에서 만들어진 9.19 선언보다 훨씬 후퇴한 것이고, 훨씬 부실한 것이다.

다만 미국의 보통사람들은 이런 트럼프를 계속 지지할지도 모르겠다. 트럼프는 미국의 보통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 서글픈 일이다. 미국 대통령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의 진실, 정의, 자유를 지키는 세계사적 임무를 부여받은 자리다. 그러니 트루먼 대통령이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라고, 즉 자유를 지키라고 한국에 파병한 것이 아니겠는가. 부동산 업자의 머릿속에 그런 고귀한 가치가 들어가기 힘들었던 것 같다.

“North Korea reaps many rewards with little cost(북한이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 많은 것을 얻다)”라는 표현도 나왔다. 그리고 alarm, confusion, startled, surprise 등의 단어가 많이 나온다. “훈련중단은 도쿄와 서울을 놀라게 하고 미국 의원들을 혼란시키고 미 국방부도 경악했다”, 이것이 기사 제목이다. 한 신문은, “미국의 서부방어선, 즉 태평양 서부지역방어선 핵심은 주한미군이다. 트럼프는 이 점을 건드렸다.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될 얘기였다”고 보도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씨는 “만약 동맹국과 상의하지도 않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그것은 깜작 놀랄 사태(astonishing development)다”라고 표현했다. 한 전문가는 “중요한 양보를 마지막에 하면 몰라도 초기에 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deal maker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놀라지 않았다. 논의를 했다”고 얘기했는데 오히려 믿겨지지 않는다. 가장 트럼프와 친한 것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화당 상원의원은 ‘김정은이 트럼프를 갖고 놀려고 하면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었는데, 이번 회담에 대해 “훈련중단은 찬성한다. 그러나 철군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언론에 ‘Interoperability’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상호작전 협력이라는 뜻이다. 왜 한미군사훈련이 필요한가. 미군과 한국군이 한국에서 작전을 하려면 서로 협조가 되어야 한다. 여러 통신협조, 장비, 공격, 수비에서 협조가 되지 않으면, 이 좁은 한국에서 작전하다 우군끼리 총질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서로 다른 무기 체제도 맞춰보아야 한다. 즉 끊임없는 훈련이 필수적이다. 훈련을 해서 몸을 만들어야 싸우는 것이다. 권투선수가 시합을 나가는데 아무런 훈련 없이 링 위에 올라가는가. 시합 전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준비가 된 상태에서 링 위에 올라가는 것이다. 전쟁도 그런 것이다. 훈련 없이 전쟁하다가는 백전백패다. 그런데 이런 훈련을 하지말자는 것이다. 트럼프의 군사문제에 대한 지식이 일등병 정도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의 희망을 본다.

미국의 언론과 여론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중간 선거에서 참패하게 되면 탄핵당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의 몰락은 우리로서는 어떤 면에서는 희망적인 것일 수 있다. 김정은, 트럼프, 문재인 이 세 사람이 같은 배에 탔다. 한 사람이 무너지면 다른 두 사람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많다. 이제 한국인들은 트럼프 비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안에서 이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무대가 미국으로 옮겨졌다. 어떻게 보면 세계 전체다. 김정은은 세계의 적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 김정은에게 현혹당하는 꼴을 어제 보여줬다.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 자유를 사랑하는 한국인들도 살 구멍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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