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정체성 확립하라

고하승 / 기사승인 : 2018-06-18 12: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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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통상 어느 정당이 보수정당이냐, 진보정당이냐 하는 것을 규정하는 것은 ‘경제’다. 경제정책의 기조와 방향에 따라 그 정당이 진보정당인지 보수정당인지 규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거기에 하나 더 추가 되는 게 있는데 바로 ‘안보’다. 즉 북한을 보는 관점에 따라 진보냐 보수냐 나뉘는 것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안보도 진보, 경제도 진보’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안보도 보수, 경제도 보수’다.

그러면, 제3의 정당인 바른미래당은 어떤가.

이게 굉장히 애매하다.

유승민의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와 손학규의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그러다 보니 ‘중도는 잡탕’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것이 이번 6.13 지방선거의 주요 패인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바른미래당은 먼저 이에 대해 분명한 당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에 바른정당 후보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프레임을 짰다. 국민의당과 통합과정에서도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기본적인 철학을 (안철수가)갖고 계신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유승민 전 대표가 주장하는 ‘개혁보수’는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인 셈이다.

반면 손학규 전 선대위원장은 ‘개혁중도’를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남북의 화해와 평화체제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더 이상 반공 보수는 우리의 가치가 아니다. 좌파적 분배정의는 더 이상 올바른 진보가치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낡은 진보의 표상이다.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고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찾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적 가치다. 중도개혁의 길이 이래서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게 손 위원장이 생각하는 ‘개혁중도’의 기조다.

바른미래당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유승민의 개혁보수’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라는 ‘손학규의 개혁중도’의 길을 갈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이 문제를 전당원투표에 붙이는 문제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앞서 먼저 이번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왜 참패를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작구청장 후보였던 장진영 변호사는 서울 송파을이나 노원병에서 나타났던 공천갈등을 주요 패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물론 그런 갈등이 여러 패인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공천갈등은 여야 각 정당 모두에게 나타났던 것으로 그게 결정적 패인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유승민 전 대표의 잘못된 소신에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손 위원장은 “남북평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안보 문제에 있어선 진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반면 ‘안보는 보수’를 선언한 유승민 전 대표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닥치고 반대’를 일삼는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와 사실상 궤를 같이했다. 단지 홍 전 대표의 표현은 거칠고, 유 전 대표의 표현은 정제됐다는 차이가 있을 뿐,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그러다보니 한국당과의 차별화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경제는 진보’를 선언한 유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사실 문재인정부의 진보적 경제정책은 낙제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와 소득을 늘리겠다며 투입한 재정(국민 세금) 규모는 17조 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올해 1~5월 월평균 취업자 증가 수는 14만9000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수(31만6000명)나 정부가 올해 경제 전망에서 내놓은 취업자 증가 수(32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특히 소득 하위 40%의 소득이 증가하기는커녕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양극화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경제는 진보’를 선언한 탓에 문재인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해선 거의 침묵을 유지하다시피 했다. 손 위원장이 선거기간 내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낡은 진보의 표상”이라며 맹비난한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바른미래당이 손학규의 ‘안보는 진보, 경제는 보수’라는 ‘개혁중도’를 선택할 것인지, 유승민의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라는 ‘개혁보수’를 선택할 것인지, 어쩌면 이번 전당대회에서 판가름 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른미래당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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