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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철도 놓지 말라는 미국의 견제가 고맙다.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북한의 철도를 현대화시켜주고 도로를 깔아주는 일에 문재인 정권, 그리고 노무현 정권이 약속한 일이 있습니다. 4ˑ27 판문점 선언, 그리고 10ˑ4 선언. 이 합의를 바탕으로, 지금 북한의 도로와 철도를 현대화하고, 남북이 공동 이용하기 위해 철도 노선을 잇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군사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철도는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6ˑ25 전쟁 당시에는 서울에서 피난 가는 사람들이 기차를 타느냐 못 타느냐에 의해 生死가 결정된 적도 있습니다. 그때 기차 지붕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새까맣게 올라앉아 이동하다가 터널을 지날 때 우르르 떨어져 즉사하기도 했습니다.
  
전쟁과 기차, 전쟁과 철로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적(敵)이 군사력을 한 군데로 결집시키는데 있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도로와 기차입니다. 적이 무장해제하지 않고 오히려 핵무기를 개발하고 재래식 군사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적의 진영에다 도로와 철로를 놓아주고, 철도를 현대화시켜준다는 것은 이적(利敵) 행위입니다. 북한이 우리를 칠 때 군사력을 쉽게 동원하도록 도와주는 겁니다. 이것은 옛날로 가정하면 군대가 서로 마주보고 있을 때, 적에게 수많은 말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옛날엔 말이 기동력을 보장하는 제일 중요한 전쟁수단이었습니다. 북한 지역에 도로와 철로를 놓아주는 것은, 적에게 이런 말을 수만 마리, 수십만 마리 제공해 주는 것과 똑같습니다. 이것은 적이 군사력을 집중시켜서 아주 스피디하게 우리를 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이 합의했던 10ˑ4선언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문제를 협의 추진하기로 했다.” 이 합의문대로 이 구간의 도로와 철로를 잘 닦아준다면, 북한군이 서울로 진격하는데 있어, 또 군대를 휴전선에 집중시키는데 있어 얼마나 편해지겠습니까? 더구나 휴전선에서 서울은 약 40킬로미터밖에 떨어져있지 않습니다. 종심(縱深)이 아주 짧습니다. 그쪽으로 군사를 침투시키는데 편리하도록 철로와 도로를 개보수해 준다는 겁니다. 
  
4ˑ27 문재인-김정은 회담의 합의문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10ˑ4선언에서 합의한 사업들을 즉각 추진해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대책들을 취해나가도록 했다.” 동해선,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데 누가 비용을 부담합니까? 대한민국이 자금을 지원하는데, 그 결과로써 북한의 전차부대나 보병들이 쉽게 병력을 한 군데로 모으고 침투하는 것을 도와주는 꼴입니다. 지금 남북관계에서 군인들은 완전히 배제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군사적 고려 없이 북한이 원하는 대로 평화, 민족, 이런 말을 앞세워 북한에 도로와 철로를 짓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막아야 합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 막아야 합니다.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철도와 전쟁의 역사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철도에 가장 민감했던 나라가 독일입니다. 독일, 즉 당시 프러시아는 1842년부터 철도를 부설할 때 전쟁을 가상해 만들었습니다. 프랑스와 러시아를 가상의 적으로 삼았던 나라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양면전쟁을 할 때 군사력을 쉽게 이동시킬 수 있게 하는 목적으로 철도를 깔기 시작했습니다. 1861년~1865년 사이,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일어납니다. 남북전쟁에서 북군(北軍)이 이기는데 철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철도망이 많았던 북군이 유리했습니다. 당시 미국에 약 2만1300마일의 철도가 있었는데, 그 4분의 3을 북군이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병력을 쉽게 이동시키고, 더구나 군수물자를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되니까 북군이 이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1866년 프러시아가 오스트리아를 침공합니다. 이때도 프러시아는 다섯 개의 철도 노선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병력을 집중시킬 수 있었습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철로가 한 개밖에 없었습니다. 결과는 프러시아의 승리였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1870년에 일어난 보불전쟁(普佛戰爭)입니다. 프러시아가 당시 유럽의 최강국인 프랑스를 공격합니다. 독일 통일을 위한 전초전이었죠. 이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가 이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프러시아가 이겼습니다. 왜냐, 철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시 프러시아는 철도를 군대가 장악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프랑스는 민간인이 맡고 있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하고 나니, 프러시아는 일사불란하게 9개의 철도노선을 이용해 전방으로 병력을 보내는데, 약 8일~10일 사이에 1200량의 객차를 이용해 35만 명의 병력을 집중시키고 8만 7000마리의 말, 그리고 8만 4000문의 대포를 집중시킵니다. 
  
그런데 프랑스는 철로를 민간인이 관리하다 보니 군대와 협조가 되지 않아, 전방에 병력을 제대로 집중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나폴레옹 3세가 전방 사령부인 메츠(Metz)라는 도시에 와보니, 40만 명이 모이도록 되어 있었는데, 20만 명밖에 집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각 부대들이 철도망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어, 일대 혼란에 빠졌습니다. 전체 병력인구는 프랑스가 앞섰지만 전선에 집결한 실전 병력에서 차이가 났습니다. 프러시아는 40만을 집결시켰는데 프랑스는 30만밖에 집결시키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불전쟁에서 프랑스는 패합니다. 파리가 포위되고, 베르사유 궁전에서 프러시아 황제가 대관식을 하는 프랑스로서는 매우 모욕적인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뒤 프랑스는 작심하고 철도망을 정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1914년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합니다. 이때도 독일군이 기습을 했는데, 이때는 프랑스가 아주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즉각 철도망을 총동원해서 병력을 신속하게 전선으로 보내 독일군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1차 세계대전의 승리는 프랑스 철도의 승리라고 할 정도입니다. 
  
위와 같은 전쟁사를 이렇게 강조하는 것은 군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병력의 기동이기 때문입니다. ‘병력을 어떻게 움직이느냐, 어느 정도의 스피드로 움직이느냐, 또 어디에 병력을 집중하느냐’ 하는 것. 이 ‘속도와 집중’이 승패를 좌우하는데, 현대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망과 기차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도로와 철로를 북한 땅에 지어주고 현대화시켜준다면 전쟁시 누구를 도와주는 격입니까? 북한군을 도와주는 것이죠. 더구나 북한은 핵폭탄 65개 정도를 가지고 있어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현재 완전히 核前 무장해제된 상태로 놓여있습니다. 휴전선에서 40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북한의 장거리포 사정거리 안에 있습니다. 그나마 재래식 군사력은 우리가 북한보다 앞서는데, 문재인 정권이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의 기동성을 높여주는 철도망·도로망을 건설 또는 현대화해 준다는 것은, 핵무력에서 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에서도 북한이 우위를 점하도록 하는 행위입니다. 당장 그만둬야 합니다. 
  
언제 도와줄 수 있느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재래식 군사력을 휴전선에서 약 200킬로미터 이상 뒤로, 즉 평양 위쪽으로 후퇴시켰을 때 철도망·도로망 정비를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평화의 이름으로 북한의 군사력을 도와주는 행동을 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합니다. 
  
오늘날 서울역의 역동적 광경을 보면 철도의 힘이 절로 느껴집니다. 군사력의 공식은 「병력×이동속도2」입니다. 병력도 중요하지만 이동속도가 제곱에 비례합니다. 그래서 징기스칸 부대가 말을 가지고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기동력을 왜 우리가 핵무장한 북한군에게 주려고 합니까. 결론적으로 10ˑ4선언 및 4ˑ27선언에 있는 북한 도로망·철도의 현대화, 건설, 연결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이 자체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갑제  siminilbo@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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