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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점자의 날을 기대하며김용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 
   
▲ 김용기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
2018년 11월 4일은 한글점자의 아흔두 번째 맞는 생일이다. 매년 생일은 돌아오지만 시각장애인들과 일부 관계자들만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을 뿐 대다수의 사람들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 않는 생일이다. 왜일까?

한글점자를 창안하신 분은 송암 박두성 선생님으로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할 수 있다. 선생님은 일제하에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의 교육기관이던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부임하면서 시각장애인과 첫 인연을 맺으신 이래 평생을 시각장애인의 교육과 점자 발전에 노력하셨다.

선생님은 민족문화를 말살하던 일제하에서 “조선 사람이 일본점자로 공부할 수 없다”며 한글점자의 창안에 몰입하신지 3년여 만에 한글점자를 완성하셨다. 선생님은 연구 내내 시각장애인을 참여시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셨다. 선생님의 이러한 행동은 장애등급제 폐지를 비롯한 장애인정책 수립과정에 장애당사자들은 배제되고 일부 전문가들만이 참여하여 결정하는 현 시대에 생각해볼 점이 많다.

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를 활용하여 직업을 가질 수 있었고, 직업을 갖게 됨으로써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소중한 점자는 점점 우리 곁을 떠나가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혹자는 점자를 배우는 시각장애인도 줄어들고 있으니 점자타령은 그만 하라고 한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길은 만들어 놓지 않고 왜 자동차를 타지 않느냐고 하는 격이다. 점자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아 점자를 배우는 시각장애인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말이다.

점자법 제4조제1항에서 ‘점자는 한글과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사용되는 문자이며,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라 하고 있고, 제2조에서는 ‘시각장애인은 문자 수단으로서 점자를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와 국민은 점자의 발전과 보전·계승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라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환경은 점자가 정말 시각장애인의 문자인지 일반 활자와 동일한 효력을 지니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내가 납부한 보험료의 내역과 혜택 등을 알 수 없고, 복용해야 할 약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공부하고 싶어도 점자교재를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기고, 베스트셀러를 점자로 접하는 것도 어렵다.

점자를 배우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점자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아니기에 점자를 배우려는 시각장애인이 줄어들고 있는데, 오히려 점자를 배우려는 시각장애인이 줄어들기 때문에 점자와 관련된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하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이 줄어드는 것을 지적하기 전에 일상적으로 점자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점자를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면 활자도서를 점자도서로 제작할 수 있도록 원본 데이터의 제공, 약품이나 식료품 등에 점자표기, 보험사나 은행의 상품 약관 등을 점자문서로 제공, 점자신용카드 및 점자체크카드 확대 등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점자정보단말기의 건강보험 보장구 급여 품목 추가, 점역소프트웨어의 고도화, 점자전문인력의 양성 등도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법률 개정 또는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나, 관계자들의 외면으로 시각장애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또한, 점자발전기본계획에 따라 시행될 사업들의 예산이 반영되지 않아 계획 자체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결실의 계절 중간에 점자의 날이 있다. 송암 선생님이 이 시기에 한글점자를 반포하신 것은 점자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풍성해지기를 바라서일 것이다. 어릴 적 시각장애학교를 다닐 때에는 점자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었지만, 사회로 나와서는 점자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도 점점 없어지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점자는 흰지팡이와 더불어 시각장애인 자립을 상징하고 있다. 시각장애학교에서처럼 점자를 맘껏 활용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한다.

김용기  siminilbo@si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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