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 비핵화 ‘워킹그룹’ 설치키로...왜?

이영란 기자 / 기사승인 : 2018-11-01 10: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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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제재 무시한 '남북사업 과속 견제용’ 관측 [시민일보=이영란 기자]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한국과 미국 정부 간 '워킹그룹(실무협의체)' 신설 계획을 밝히면서 ‘유엔제재를 준수하는 남북협력’을 의제에 포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가 최근 대북 제재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워킹그룹 구성을 발표하고 나선 주 목적이 '대북제재'에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29∼30일)목적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들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워킹그룹 구성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 국무부가 이날 공식 발표한 워킹그룹 취지에 북한의 비핵화 노력과 제재이행 수준을 함께 관찰하고 '유엔제재와 합치하는' 남북 간 협력에 대해 긴밀하게 조율하자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비해 남북 간 교류사업이 지나치게 앞장서 진행되고 있다는 미국 측 우려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도 "남북 교류사업의 상당부분이 유엔의 대북제재 범위에 들어감에도 한국 정부가 계속 사후적으로 '면제'를 요청하는 것이 계속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워킹그룹' 설치의 주된 배경"이라고 밝혔다.

앞서 비건 대표가 지난 22일(현지시간) 한국 측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워싱턴에서 회동한 지 1주일 만에 다시 서울을 찾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을 연쇄 회동한 것은 "미국이 한국의 남북사업 추진에 불만을 토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지난 18일 청와대 관계자가 남북 간 철도사업을 둘러싸고 "잘 진행되고 있다. (금명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남북 철도 연결사업 공동조사 착수가 문제없을 것처럼 얘기했지만, 미국 측은 상당히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남북이 휴전선 인근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한 것을 두고도 미국 측은 아직까지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비건 대표가 방한(10월 28∼31일)하면서 당초 10월 내로 추진됐던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평양예술단의 서울 공연 등이 줄줄이 연기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워킹그룹'은 "사실상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남북사업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거르는 안전판"이란 해석이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 흘러나온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이날 "한국 정부가 북한에 자금을 제공하는 게 제재 위반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모든 나라가 북한의 불법적인 핵· 미사일을 종식하도록 도와야 할 책임을 심각하게 여기기를 기대한다"며 "제재가 우리가 오늘날 있는 이 지점까지 도달하게 했다. 이 시점까지 우리는 성공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일치된 접근을 위해 우리의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조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제재 유지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한편 워킹 그룹이 본격 가동되면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해 미국이 보다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한국 정부가 남북 협력 사업 중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분을 미국에 알리고 예외 인정을 요청하면 미국이 검토하는 식으로 협의가 이뤄졌지만 워킹 그룹 가동으로 미국이 먼저 남북 경협 사업이 대북제재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국 정부에 알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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